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육아는 계속된다
지난 1월, 우연히 알게 된 대륙남 TV를 통해 우한 폐렴이 창궐한 중국 현지 상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매일마다 그가 웨이보와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수치 등을 번역해서 읽어주었고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에 참 마음이 아팠더란다. 설마,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그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게 바로 지난달 일이다.
오늘 확진자 900명을 넘어섰다. 아마 내일은 1000명을 넘길 듯싶어 무거운 마음이다. 음압병상이 1천 개가 못 미치는 의료 환경이라는데 응급실 폐쇄된 곳도 많고 대구만 해도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니... 2주 전만 해도 확진자가 10명도 못 미처 나 또한 신종 코로나가 잡히는 건가 싶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륙남 TV를 꾸준히 봐 왔었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적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륙남은 잠복기를 이야기했고 잠복기 이후 얼마만큼 확진자가 나타날지 가늠할 수 없다고 예견했었기에. 그 어떤 언론에서도 중국 현지 상황을 자세히 다루어 주지 않았는데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며 중국 내 다양한 정보를 번역해서 알려주는 그의 노고가 참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한만 해도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멜론 껍질을 마스크 대용을 쓰고 다니는 사진을 보니 중국 인구를 감안할 때 <마스크> 품귀 현상이 곧 일어나지 싶었다. 그래서 곧바로 쿠팡을 통해 마스크를 개당 499원에 50개 구매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내가 마스크를 수령한 그다음 날부터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쿠팡을 비롯한 오픈마켓 등 모든 사이트에서는 품절이 뜨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스크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도매가로 장당 250원에도 구매 가능했던 마스크가 이렇게나 구하기 어려운 품목이 되어버리다니. 자유경제시장 체재에서 역시나 수요 공급의 원리는 무시할 수 없다지만, 신천지 때문에 제일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서 마스크를 구하려고 끝이 안 보이는 긴 줄을 서 있는 대구 시민들을 사진을 바라보니 얼마나 마음이 착잡하던지.
이 어려운 시기를 이용해 부를 창출하는 마스크 업자들도 몇 박스씩 마스크를 사서 출국하는 중국인들도 참 야속하고.
신종 코로나가 무서운 것은 전파력 때문일 게다. 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 모르는 잠재적 확진자의 유무랄까. 더군다나 나처럼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집 밖을 나서기가 아무렴 상당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는 없다. 천방지축 아기들은 씌워놓은 마스크도 손으로 뜯어? 버리기 일쑤고, 자주 가던 커피숍도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저 집콕이 답이겠지만 답답한 걸 어쩌나.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런 현실이 잘 믿기지가 않는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의협 포함) 그렇게 중국 입국 금지를 외쳤지만 실행되지 않았고 우한에서 날아온 바이러스는 그렇게 우리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잔잔한 일상을 마비시켜 버렸다.
오늘은 아기랑 무얼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아기에게 좀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라도 잠깐도 좋으니 바깥 외출을 즐겼었는데 집 밖을 나서지 못하니 참 이렇게 하루가 길 수가 있을까. 에너지가 넘치는 아기라 집안 이리저리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통에 내가 온전히 무얼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글을 쓰는 밤 시간뿐.
우한발 신종 코로나로 인해 아기 때문에 자발적 격리 중인 날들을 보내면서 내가 누리던 모든 일상이 참 감사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직은 건강하기 때문에 이런 글도 쓸 수 있는 것이고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에서 모든 것이 행복이고 다시는 못 올 오늘의 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언제 이 전염병이 종식되려나. 하루속히 바이러스가 사그라들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이 위기를 겪고 더욱 단단해져 다시 힘찬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