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엄마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늘은 정말 눈물이 툭 떨어질 것만 같았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나를 잡고 놔주지 않는 건지.
등만 보여도 울음이 시작되는 통에 몇 시간을 그렇게 붙잡? 혀 있었다.
대체 왜 심기가 불편한 걸까. 날씨 탓일까. 대체 왜?
너는 내가 준 간식을 맛있게 먹었고 그리고 낮잠도 충분히 잔 거 아니었니?
풋...
소파 위에 널브러진 정리되지 않은 마른빨래들이
쌀을 넣어주기만을 기다리는 밥솥이..
바닥에 떨어진 내 머리카락들이...
정리되지 않은 공간 속에 조이와 내 모습이 문득..
조이는 이유식을 먹는 와중에도 기어와 이유식이 잔뜩 묻은 입을 해가지고는 내 옷에 비벼댄다.
뭐 이런 일쯤 가지고.. 엄마니까 당연하지. 라면서도
가끔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얕은 탄식을 뱉으며
‘제발 얼굴만큼은 내 옷에 비비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메아리쳐 보지만...
마음 같아서는 그저 누워 쉬고만 싶었다.
그러나 나는 조이가 조금 진정되어있을 때를 틈타 이유식을 데우고 급히 마른빨래를 통에 모아놓고 쌀을 씻어 밥솥을 올리고 물티슈로 대충 머리카락을 모아서 버렸다.
주위가 정리되어가니 엉망이었던 내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점심을 거른 사람처럼 허기가 졌지만 의자에 앉기를 거부하는 조이를 쫓아다니며 마지막 한 숟가락까지 떠먹였다.
띡띡. 구세주와 같은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신랑이다.
그렇게 들어와서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대로 아들에게 달려든다. 아들을 들어 올리고 얼굴을 맞대고 비비고
오늘 하루는 어땠냐며 묻고
참... 저런 아빠의 모습 쉽지는 않지.
고오마운 생각이 들다가도
이미 저 3.. 아니 4순위 5순위 아니 그 밖으로 밀려난 내 입장이 쓸쓸해 한마디 할까 하다 입술을 꼭 다문다.
좀 더 정리를 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면
아무렴 어떠겠냐는 생각이라니..
우리의 로맨스는 애 진작에 끝이 났어
지난 1년간 육아를 하며 나는 정말 많이 넘어졌고 녹아졌고 무너져 내렸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늘 웃고 즐겁고 행복하고 모두가 다 그렇듯이 그런 사진들만 주야장천 올려 댔으니
내가 이렇게 내적으로 혼란을 겪고 내 하루는 생각보다
그림같이 아름답지 않으며
해내야만 하는 일들 그것도 전혀 아무런 보람이 느껴지지 않는 일들로 뒤덮여 있다고
참, 퍽이나 말할 수 있겠냐만은...
굳이 SNS상에서 슬픔을 내비칠 이유가 있을까.
가뜩이나 아슬아슬 경계선에서 겨우 꼿꼿이 서서
하루하루를 견뎌냈는데 그 끝은 적어도 멋있고 예쁘고
자랑스러운 내가 있으면 싶었다.
엄마가 되는 일은 여전히 내게 진행 중이다.
이제 겨우 1년인데 앞으로 몇십 년은 어떻게 버티려나
집착하지 않고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온전히 버리고 아이를 위해 헌신할 수 있을까?
나 자신도 스스로 챙기기가 버거운데 내게 온전히 의지하는 한 생명을 정말 온전히!
영육 간에 강건하게 키워낼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들이 지금도 내 안을 뚫고 지나간다.
마치 총탄이 휘날리는 전쟁터에서 긴 장총 하나 들고 서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또 잡념이 막 시작되려는데
때마침 조이가 아빠와 목욕을 마치고 발그레한 모습으로 욕실을 나왔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목욕을 잘 마쳤다는 성취감인 걸까.
조이의 뽀얀 살결과 살인 미소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그렇게 나는 또 엄마가 되어간다.
완성된 엄마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저 어제보다 좀 더 늙은 엄마만 존재할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