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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n 24. 2024

24화. 저도 배달을 뛰어봤어요

김대표 앞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선한 눈망울을 가진 수다쓰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스리랑카에서 온 수다쓰라는 사람입니다."

"아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안녕하세요. 디디박스의 김길상 대표입니다. 어떻게 한국말을 이렇게 잘하시는 거에요? 두바이에서 그것도 외국인이 한국말을 한다는 게 신기하군요"

"경기도 수원에서 10년동안 일했습니다."

"아 경기도 수원에 계셨구나"

"지금은 스리랑카 제 고향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구요. 그런데 지금 전시하고 있는 이 물건, 이거 배달하는 분들 오토바이 위에 배달통을 이렇게 만드신 거잖아요? 그렇죠?"

"맞아요. 제가 직접 배달도 해보고, 배달대행업도 운영해본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요. 한국에 있을때 많이 봤죠? 배달통?"

"그럼요. 저도 잠깐이지만, 한달 조금 안되게 배달뛰어 본 경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아, 그래요?그런 일도 하셨구나. 대단하시네요. 외국인으로 배달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수다쓰에게 배달일은 적성에는 맞지 않았지만, 호기심에 도전해 본 부업 중 하나였다. 시작하는 데  특별히 제약이 없었고 수원이란 도시 지리에 대해선 이골이 난 수다쓰였다. 물론 한국어도 어느정도 구사 가능했지만, 배달일이란게 특정 대화만 하는 일이라, 손님, 가게 주인, 배달대행 사장님과의 소통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진짜 신기하고 대단하신거 같아요 대표님은. 배달통에 광고가 붙여있는 건 봤는데 통신과 LCD를 연결해 실시간 광고가 나온다는 건, 아무도 생각못했을 거예요."


김대표는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짧막하게나마 수다쓰에게 설명했고, 수다쓰는 대단하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수다쓰 자신도 두바이에 무슨일로 왔으며, 종종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려 전시회를 찾는다고 전해주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좀더 친근해졌다. 그리고 최근 자신이 스리랑카에서 자동차 스캐너를 이용한 정비사업을 하고 있다며, 김 대표의 디디박스 역시 정비가 필요한 제품은 아닌지 물어보게 되었다.

 

"아주 좋은 질문이시네요. 다들 디디박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광고 송출과 배달업의 상관성, 배달통 가격 등 눈에 보이는 질문들이 많았는데 말이죠. 디디박스의 정비는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이라고요?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자동차 스캐너로 사업을 시작하고 계신다 했으니, 자동차 보수할 때 그 생태계를 잘 아시겠지요?"

"정비업을 시작한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표준화된 자동차 부품스펙들과 다르게, 디디박스는 통신제품이자, 부품 스펙이 우리가 기준이 됩니다. 그 말씀을 이해하실까요?"


그렇게 김대표는 디디박스의 정비생태계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결국 전세계에 없는 물품이었기에, 통신제품인 디디박스의 정비생태계 역시 디디박스가 정하면서 간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물론 고객이 수용 가능한 서비스 수준과 부품조달 등이 원활하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수다쓰의 다음 질문은 디디박스가 시장에 런칭될 수요가 충분한지였다. 아무래도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아이템이라면,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그냥 사장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중동 배달플랫폼인 탈라밧이 왔다갔습니다. 꽤 긴 시간 비즈니스 미팅을 했었는데요. 그들에겐 아마 코로나 이후 사활이 걸린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대면 시장에서 배달업이 급성장 하면서 인프라, 인력도 급증했지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따라 대형 기업에 먹히거나, 아님 시장에서 도태되는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요. 그들에겐 있는 현재의 인프라를 가지고 최대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겁니다. 디디박스는 그런 상황을 돌파할 잠재성 있는 제품이라고 저는 자부합니다.물론 저희가 만들었기때문에 다소 편향적인 분석일 수 있겠습니다만, 무심코 버려지고 관심도 주지 않았던 배달통에 수익모델을 첨가한다는 점은 그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사업 모델일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모델에는 라이더를 비롯해 음식업을 하는 상점주의 상생 모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수익성을 창출할 사업기회는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특히, 라이더에게는 타 배달대행 브랜드보다 조금 더 이익이 나온다면 가차없이 그곳으로 떠나버립니다. 생각해보시죠. 디디박스를 선점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있다면, 경쟁 플랫폼사에겐, 라이더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때문에 그 자체로 지옥문이 열리는거 아니겠어요?"


김대표의 긴 설명에도 마다하지 않고 시종일관 수다쓰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한달 정도의 배달업을 해본 부업때문인지, 김대표가 말하는 라이더 쏠림현상을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에겐 비오거나 눈이오거나, 달리는 이유는 '돈' 그렇다. 다른 곳보다 돈을 더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게 이쪽 바닥이었다. 수다쓰는 김대표와 대화가 어쩌면 운 명같은 일처럼 느껴졌다. 그에게 자신은 작은 스리랑카 정도의 호기심 많은 사업가 정도로 기억되겠지만, 수다쓰는 아니었다. 한국에서 10년, 두ㅏ바이를 자주 드나들면서 느꼈던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를 이미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자신이 질문한 정비업은 여러 사업기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생각보다 디디박스로 펼쳐질 생태계가 너무 커보였다. 그렇게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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