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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l 16. 2024

41화. 답은 멀리있지 않았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났다. 도준은 지금의 직장에서도 알파맨처럼 활동했고 누구도 그런 그를 다르게 뱌라보지 않았다. 다만 그 스스로 즐길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하는 척으로 그저 버티고 있었다. 퇴근을 서둘러 집을 가는 길. 오늘도 집에 자신의 차를 두고 나왔다. 픽미업을 만나기 위해 '그 다음은'을 준비해야 했고, 일과시간에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무조건 걷기. 천변길에 들어선 도준은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픽미업 COO는 투자자와 다른 의견을 냈다. 물론 개별적으로...왜 그랬을까?'


도준은 일단 네이버에 COO를 검색해본다.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는 최고생산운영책임자라고 부르기도 하며, 기업 내의 생산과 제조, 사업부 운영을 총괄하고, 일상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행하는 최고책임자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주로 CEO 다음의 부사장 직함으로 쓰이곤 한다'


무게감이 있는 자리였다.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람이 다랑거에게 디디박스의 자료를 개별적으로 요청했다. 거절 당했던 제안이 넘버 2의 눈에는 호기심으로 보였던 것일까. 놓칠뻔 했던 물고기를 집어 올렸더니 생각지 못한 대어였다.


투자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으로부터는 얻지 못했던 관심을 그는 왜 보였을까?


도준은 그 질문에 집중했다. 픽미업은 제조를 하는 곳이 아니다. IT기업이다.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구동시키는 것, 그것이 IT기업으로 제조라고 한다면 제조영역이겠구나 싶었다. 다만, 사업부 운영 총괄까지 맡고 있다면,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그의 생각이 뻗쳤을 수도...

투자회사 임원과 다르게 그는 픽미업과 디디박스의 상관관계 그리고 픽미업의 생존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했을 그에게 디디박스의 기능이 호기심 이상으로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도준은 그와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COO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까?'


도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그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좋은 접근이었다.


"헉"


물뱀하나가 도준이의 발소리에 놀랐는지 물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흐르는 물길을 따라 유유히 반대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뱀을 질색하던 도준이었지만 물결따라 움직이는 물뱀의 모습을 찬찬히 보았다. 아..움직임이 완젼 멋진데!


저 멋진모습처럼 자신도 픽미업에게 멋져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잠시 들다가,


'아, 그래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지 말자. 차라리. 처음부터 그의 마음을 알아내기란 불가능한 거 아닌가. 또 습관처럼 김칫국 부터 마시는 나란 놈은. 조급하다 이도준.'


처음 제안으로 투자회사 이사의 마음을 사지 못했다. 그 사람만이 아닌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유일하게 COO만 개별적으로 요청한 사안이다. 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김대표님 옆에서 눈동냥 귀동냥 했던 처지에서 어디까지  '척'놀이를 할 것인가. 도준은 그들에게 '척'놀이를 할수록 자신의 밑천은 바닥날 것이고, 도리어 왔던 기회마저 차버리는 멍청한 일이수도 있겠다 싶었다.  시작은 선의였으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을 아마츄어적인 접근으로 그르칠수 있는, 사업가 놀이만 맛보다 돌아서는 ,. 꼴사나운 모습이 잠시 스쳤다.   


'도준! 너답게 하자. '척'놀이는 하지말자'


도준의 생각은 깊어졌고, 어느새 집 앞까지 왔음에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 걸었다. 던졌던 질문의 답은 아니지만 뭔가 잡힐듯 한 실마리 같은게 아른 거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에게 있어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는 경험은 익숙했기에 퇴근길의 그의 모습은 평소 그다웠다.


'Be Friend!'


도준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는 듣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회사를 알게 되었고 접근해왔는지 질문은 빠지지 않는 질문일텐데, 그 질문에 도준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 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잠궈둔 수도꼭지가 제대로 열려더니 콸콸 쏟아내듯 여기까지 걸어오게 된 이야기를 다 풀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미팅 자리가 술자리는 아닐테니, 유의하면서 그가 스리랑카 픽미업을 바라보게 된 배경에 대해 자신답게 이야기를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너의 개인적 이야기는 잘 들었고 인상깊었지만 우린 아직,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면! 도준은 이렇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메모지에 적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는 친구가 되고서 해도 늦지 않다. 픽미업이 지금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다른 회사와 먼저 시작되더라도 픽미업를 모른척하진 않을 것다. 꼭 함께 할 수 있도록 내가 김대표에겐 확인 받아놓겠다. 왜냐고? 나는 스리랑카를 사랑하고 이 나라 사람들을 사랑하니까. 그러다 보면 일은 순리대로 되지 않을까?'


뿌옇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천변길을 걷고있는 그의 눈이 바닥이 아닌 조금 더 먼 지점을 응시하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도준이 간혹 결심을 할때마다 나오는 약간의 리추얼 같은 자세였다. 먼곳을 지긋이 바라보는.


COO 앞 자신이 은행원이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말 안할 이유가 없었다. 솔직함만큼 사람 마음에 다가가는 게 없다는 걸 20대 도준은 알았었다. 세상 속에 때를 묻히다 보니 그 보물같은 무기가 어디 쳐박혀 있었을 뿐이었다. 중요한 일 앞에서 그 시절 깨우쳤던 사실이 떠오르고, 그것을 행하려는 자신을 도준은 보고 있었다. 뭐든 할 수 있겠는데? 실패? 이 게임은 실패가 없는 게임이야. 너답게 해봐! 도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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