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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 Jun 30. 2021

힘든 세상 속 유일한 청정구역

말에는 힘이 있다

고 생각하는 나는 부정적 단어를 최대한 안 쓴다.


남편이 중요한 계약을 앞둔 전날 밤,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사고 없이, 갑작스러운 사건 없이 힘들거나 불안하지 않게

잘 진행되게 해 달라고...


그런데 그 와중에 부정적인 단어가 있어

다시 고쳐 기도했다.


부정적 단어를 포함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 기운을 몰고 오는 것만 같아서

순수하게 긍정적인 단어들만 넣어서 다시 기도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안전하게, 평온하게

잘 진행되게 해 주세요.

긍정의 기운이 가득한 은총을 내려주세요.


했더니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정말 계약이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홍보직을 하는 사람인만큼, 하루 종일 뉴스에 노출돼 있다.

지금 잠깐 가장 많이 본 뉴스를 눈으로 훑기만 해도

'조카 성폭행, 뺨 맞았다, 숨 못 쉴 만큼 주먹질, 누군가 날 죽이려 하는데 그게 내 남편 같다...'

등 온갖 부정적이고 폭력적인 단어 및 문장의 향연이다.


자극적인 제목에 손이 클릭하고

눈은 무심히 그것을 본다.


내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흉폭하고 잔인한 세상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나의 마음도 점점 불편해진다.

하얀 치마에 검은 물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 미세먼지, 살인, 방화, 사기, 성추행 등이 가득한 난세에서

내가 쓰는 말, 단어라도 좋은 것만 쓰려한다면

뉴스에 현혹되는 대신 좋은 글귀 하나 보려 한다면


내 작은 마음 둥지 하나라도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남에게 그렇게 하라면 잔소리 같으니,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하려 노력이라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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