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필리핀 사람인 마리를 만났다. 그녀도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호치민으로 가고 있었다. 우리는 싱가포르 경유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했다.
사실 나는 계획이 있었는데..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락사를 먹고 카야잼을 살 계획이었는데.. 마리랑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녀는 스웨덴 전자회사 필리핀 CEO 였다. 처음엔 명함에 General manager 이라고 써 있었어서 매니저급인 줄 알았는데 필리핀 오피스에서 젤 높은 지위였다. (필리핀은 역시 고위직에 여자들이 많다.) 그리고 그녀의 백그라운드는 세일즈였다. 우리는 마케팅 (그녀도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세일즈, 필리핀, 회사 얘기, 베트남, 경력 관리, 육아, 결혼 등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다. 그녀는 한국인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그건 예전에 그녀가 삼성 (필리핀 지사) 에서 5년간 일했기 때문이었다. 똑똑하고 인간적인 면들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아이가 한 명 있는데,
마리: 난 아이 키우면서 야야를 한 번도 안 썼어.
*야야; 필리핀 내니
나: 정말??
마리: 응. 친정 엄마가 좀 봐주긴 했지만.. 항상 중요한 일이나 챙길 것들을 내가 챙기려고 노력했어. 지금도 그렇고..
그녀의 세일즈에 관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커머스에 관한 이야기. 산업 트렌드..
마리: 코로나 기간 동안 이커머스가 많이 성장하긴 했지. 하지만 코로나가 거의 풀렸고 나는 사람들이 다시 오프라인으로 어느 정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제품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경험해보길 원할 테니까..
세일즈 출신 CEO라서 외향적일 것 같고 성격도 좋을 것 같았는데 그녀는 차분하고 깐깐한 성격이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들을 한 것 같다. 나는 저런 위치까지 가려면 얼마나 일해야 할까 ;_;
흥미로운 건 이번에 베트남에서 전체 나라 오피스가 모여서 내부 회사 미팅을 한다고 했다. 스웨덴 임원들도 오고 각 나라별 CEO 들도 다 참석한다고 한다. 왜 베트남? 이라고 물었더니 베트남의 성장세와 purchasing power 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보다 베트남 매출이 더 많다고 한다. (그녀는 필리핀 마켓만 관리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잘 모를 것 같다)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밀린 일들이나 집안일 등등 하다보니까 시간이 금방 간다. 그래도 바쁘게 사는 건 좋은 것 같다. 벌써 4월이 끝나간다. 4월엔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4월 마무리도 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