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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 May 29. 2022

체리의 이메일



얼마 전, 클라이언트 담당자인 체리랑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클라이언트는 몇 개의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광고 하나가 성과가 좋지 않아서 나는 그 광고를 close 하려고 했다. 체리가 이렇게 이메일을 보냈다.  


안녕 레몬, 

##$$@%%#.

근데 그 광고는 잠깐 멈춘 거잖아. 우리가 재계약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니?



곧 재계약 기간이었다. 내 자신감 없는 상태를 들켜버렸다. 친구들한테는 숨길 수 있어도 매일 같이 일하는 동료, 클라이언트에게는 숨길 수가 없나 보다.. 요즘 안 그래도 자신감 없고 우울했었는데 체리의 이메일을 받고 결국 펑펑 울었다. 다행히도 요즘 오피스 대신 집 근처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침 시간이라 사람들이 없었다. 


안녕 체리, 

#$%%^$$%.

그래 그럼 우리 이 @## 광고 keep 하자. 이 @## 광고에 대해서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찾아볼게. ^_^


울다가 가까스로 답장을 보냈다.. 






문득 내 브런치를 읽다가 처음 호치민에 왔을 때의 나 자신이 생각났다.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자신감만 가득가득.. 아무것도 모르면서 회사 면접에서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디렉터한테 모른다고, 못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고.. 회사 전체 미팅에서 모르는 걸 안다고 우겨서 회사 사람들을 뻥지게 만들었으며... 엄청 큰 회사랑 미팅할 때 당당하게 KPI 를 달성할 수 없다고 얘기해서 그 회사 담당자들이 다 뒤집어지고 난리 난 적도 있었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매일 야근하고 가끔씩 24시간 카페에 가서 새벽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일했던 내가 있었다. 지금보다 어렸지만 나는 항상 당당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아는 것도 더 많고 잘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자신감이 부족한 걸까..? 안 되겠어.. 더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예전보다 더더더더더더더더) 그리고 정말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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