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나름 잘 그린다고 생각했던 하야시는 자신의 그림이 엉망이라는 히다카 선생님 말에 충격을 받는다.
히다카 선생님은 죽도를 어깨에 메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생선뼈를 그리라고, 할아버지에게는 휴지곽을 그리라는 히다카 선생님.
자신에게도 같은 그림을 계속 그리라는 히다카 선생님이, 이 화실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진 하야시는 배가 아파서 집에 일찍 가야겠다고 거짓말한다.
살았다며 도망가려는 찰나 선생님이 뛰어나온다. 하야시 엄마에게서 데리러 오지 못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하야시를 업고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 1시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려 주기까지.
하야시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일 또 그리러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다음 날 다시 화실에 들어선다.
화실에서 반복해서 데생을 하고, 선생님은 계속해서 '그려라'라고 말한다.
매일 꾸준히 그리면 잘 그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야시는 객관식 문제 푸는 법을 섭렵하며 입시 시험을 준비하고, 그 방법 덕분에 좋은 점수를 받게 된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필기시험은 잘 풀렸지만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실기 시험에 걸려 넘어진다.
당연히 붙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학에 떨어지고, 그냥 지망했던 대학에 겨우 붙는다.
그런데 겨우 붙은 대학도 마음 편히 들어가지는 못했다.
여러 날 걸리는 실기시험을 위해 학교는 입시생들이 묵을 숙소를 정한다.
입시생들은 숙소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친해지며 함께 합격하기를 기원했다.
실기시험이 있던 첫날, 처음 보는 석고상에 당황한 하야시는 석고상이 밋밋하다고 생각하며 근육을 우락부락하게 그려 넣는다. 입시생들이 함께 저녁을 먹는데, 모두가 그 석고상을 처음 봤다고 말하는데 한 명만 자신은 입시 학원에서 한 번 그려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하야시는 석고상에 대해 알려달라고 자신의 게 요리를 다 주겠다며 부탁한다. 알려준들 데생 실력이 갑자기 좋아질 리 있겠냐며.
그 말에 그 석고상은 소년상이기 때문에 근육이 두드러지면 안 되고 잔잔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어렵게 입을 뗀다. 다음 날 실기 시험은 전 날 그림을 이어 완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야시는 어제의 그림을 지우고, 새롭게 그린다. 1차 실기 시험 결과 자신은 합격, 알려준 사람은 불합격이었다. 자신이 집요하게 물어봐서 알려줬는데, 그랬기 때문에 저 사람은 떨어지고 자신은 붙은 건 아닌지 하는 죄책감을 느낀다.
파란만장한 입시가 끝나고,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왜인지 붓을 들 수가 없다.
그리라고 말하는 히다카 선생님이 없는 데다 놀 일은 얼마나 많은지.
미대 입시가 어려워 5 수생도 흔했지만 그림에 집중하는 사람만큼 그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수업에 빠지고, 과제도 내지 않았다.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며 부모님이 보내준 생활비를 다 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술 마시고, 노래방 가고의 반복.
나는 꿈이 있는 사람은 방황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사범대에 들어가고, 기똥차게 방황을 했던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에
우습게도 크게 위로받았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만화는 한 장도 그리지 못한 채 4년의 시간이 흐른다.
부모님은 졸업하면 고향에 돌아와 취업하라고 야단.
마침 히다카 선생님이 근처 사립학교 미술교사 자리가 생겼다며 와서 선생님을 하며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 하야시.
선생님을 찾아뵈니 그 자리는 다른 연줄을 가진 사람이 차지했다며 화실에 나와서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듣기 싫으면서도 듣고 싶었던 그 말에 끌려 예전처럼 화실에 나와 그림을 그리게 된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다른 학생을 지도하면서 자신이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하야시에게 입시생들을 가르치라며 월급을 준다.
하야시 덕분에 생긴 개인 시간에 선생님은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굽는다.
하야시에게도 도예를 가르쳐 주고, 함께 마당을 꾸민다.
느리지만 따뜻한 시간은 하야시 아빠가 하야시를 전화국에 억지로 취업시키면서 끝난다.
선생님은 하야시에게 전화국에서 일하고 밤에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기를 권한다.
계속해서 그리라고. 매일 그려야 한다고. 그래서 자신과 2인 전을 열자고.
하야시는 전화국 안내원이 너무 하기 싫었고, 화실에 나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게 '싫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전화국과 화실에서 받는 돈을 모아서 고향을 탈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동시에 드디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만화를 그리는 종이, 펜도 모르고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만화 잡지사에 기고한 만화는 3등을 수상한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4년의 시간에는 만화를 한 컷도 그리지 못했지만
낮에는 전화국, 밤에는 화실에서 일하고 잠을 줄이면서 그려야만 하는 환경에서는
등단할 만한 만화를 그려낸다.
드디어 선생님에게 화실을 쉴 구실이 생긴 하야시는 선생님에게 만화가로 등단하여 상금을 받았고, 후속 작품을 위해서는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선생님이 누구던가?
선생님은 원고를 가지고 와서 그리면서 틈틈이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한다.
하야시는 그것을 따르고.
(덕분에 하야시는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만화를 그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선생님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지 못하는 하야시는 나와 닮았다.
만화에서는 자신이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해 에둘러서 좋게 말하는 성격이 싫다고 표현한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을지 모른다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하야시가 신기했고,
그것이 내게도 있는 약점이라 공감이 되었다.
2년 동안 전화국에서 일하고, 만화가로 등단한 덕분에 하야시는 고향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얼마 동안 떠날 거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하야시는 머뭇거리며 6개월 정도라고 말한다.
머릿속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면서도.
오사카에서 동료 만화가와 어울리며 만화의 세계에 대해 배운다.
적절한 재료와 마감 맞추는 방법, 피 토하는 마감의 현장도.
그렇게 만화가가 된 하야시는 선생님을 잊는다.
어느 날, 선생님으로부터 암에 걸렸고, 4개월 정도 산다는 얘기를 듣는다.
돌아와서 화실을 이으라고.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감상에 젖어 화실을 이어받으리라 결심을 하는데,
화실에는 선생님의 제자들로 벅적하다.
선생님은 치료를 거부하고, 끝까지 그림을 그린다.
제자들은 선생님의 지시대로 작품을 정리한다.
하야시는 만화 마감에 맞추기 위해 선생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사카행 비행기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