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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Jul 06. 2021

할머니는 그 집을 찾으면 날 준다 하셨다.

할머니 고향집을 찾아 떠난 곳에서 네 여자는 뜻밖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진짜 할머니? 그 집 찾으면 나줄거예요?
그럼 저 대학생 되면 우리 꼭 일본으로 할머니 고향집 찾으러 가요!

 

 



이 프로젝트는 꽤나 오랜 시간 계획되어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름을 거창하게 붙이자면 이름하야 "할머니 고향집 찾기 대작전" 이런 느낌이랄까.


사실 이 도전에는 뒷배경이 있다. 6.25 때 우리 외할머니의 가족은 부산과 가까운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피난을 간다. 전후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가까운 일본으로 피난 갔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 외할머니는 여자 형제로는 둘째, 남자 형제를 합치면 셋째로 일본에서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외할머니의 엄마, 즉 나에게는 증조할머니가 우리 외할머니 2살때 목욕시키고 안아서 계단을 내려오다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외할머니를 놓쳤다. 우리 할머니는 다리가 부러졌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여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평생 절뚝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일본이 할머니에게 남긴 것은 불편한 다리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산이 우거진 작은 일본마을에서 태어나 국민학교 2학년까지 다니셨고 전부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한 겨울에도 토마토를 끊기지 않게 먹고, 따끈하고 포실포실한 떡을 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산을 넘어가면 광활하게 펼쳐지던 거의 남색에 가까운 진한 파란색의 바다가 보였다고 한다. 그녀가 들려주고 묘사해주던 이 풍경은 나에게는 한폭의 풍경화, 전래 동화 마치 상상 속 요정 마을처럼 느껴졌다.  할머니의 기억 속에도 지금 그 시간들은 일정부분은 선명하게 또는 옅게 기억될 것이라.


내가 어느 정도 이해력이 생긴 초등학교 1학년 즈음부터였을까? 할머니의 일본 이야기가 흥미 있게 느껴졌었다. 그러다 외할머니 가족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살던 집을 이웃에게 주고 왔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것도 공짜. 공짜로 주고 왔단다.


어차피 다시 돌아올 일이 없었기에 근처 친하게 지내던 동네 이웃집에게 집을 주고 왔다는데. 이럴 수가. 나는 갑자기 그 집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유인 즉, 할머니가 그 동네와 집을 찾게 되면 나에게  집을 준다는 것이 아닌가!


순수한 나는 무턱대고 그 얘기를 믿었다. (사실 지금도 믿는다. 찾는 사람이 임자라고 했던 할머니의 그 말씀을) 그리고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들로 나는 그 요정 동네를 꼭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다짐해버렸다. 우리가 아는 건 동네 이름 하나뿐인데.


미미한 단서지만 8살 꼬마는 결심한다. 일본어를 배워서 대학생이 되면 우리 할머니 고향을 찾아주겠다고, 추억을 만나러 가겠다고. 그리고 난 집을 얻을 것이라고.. 태어나서 가장 크게 먹어본 결심이자 욕심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10년 뒤,

외할머니 고향 집 주소를 우연히 얻게 되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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