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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Feb 09. 2024

울루루의 일출


지각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어젯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새벽 4:30 AM에 알람을 설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멜버른에서 울루루까지 기온차가 큰 곳으로 이동을 하고 번개파워 일몰에 쏟아지는 별구경까지 나름 비곤했는지 새벽에 일어나기엔 몸이 무겁다. 무척추동물처럼 축 처진 아이들을 겨우 일으켜 깨우고 난 요가복으로 갈아입었다. 울루루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며 하는 요가 수련은 이번 여행에서 나 자신과의 미션이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 여행 때에도 잠시지만 몇 가지 동작을 취해 본 게 너무 좋은 추억이고 요가가 주문 마음의 수련과 다짐은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전문인처럼 요가매트는 따로 챙기지 못했지만 호텔방에 비치되어 있는 비치타월을 챙겼다. 새벽이라 공기가 차갑다. 후리스에 바람막이까지 단단히 입고 미리 준비해 둔 텀블러에 따뜻한 차도 담았다.

서둘러 준비했지만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게이트엔 차들이 늘어서 있다. 곧 해가 뜰 거 같은데 마음이 급하다. 게다가 어제 자욱하게 내려앉은 구름이 아직 싸악 가시질 않았다. 적어도 울루루 동쪽으로 구름이 없어야 온전히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도 출입구를 통과한 후 왼쪽 멀리 보이는 울루루가 너무 아름답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경관을 아이들이 봐야 하는데 뒷좌석에 겨우 올라탄 아이들은 아직 눈도 못 뜨고 있다. 아직 꿈나라~ 업어가도 모를 듯하다.

울루루의 일몰 포인트와 일출 포인트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울루루 반대편(국립공원 게이트 기준)으로 가야 한다. 15분쯤 달려 도착한 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미 해도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드라마틱하지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났어야 하나보다. 어제는 천둥번개 일몰에 이어 오늘은 구름 낀 지각 일출생이다.

아쉬운 마음이지만 드라마틱한 일출은 내일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난 준비해 간 비치타월을 사람이 드문 곳을 찾아 깔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닭살 돋았지만 스트레칭을 하며 겉옷을 벋고 명상을 시작했다.  


활동 중에 고요히 있는 법
휴식 중에 활발히 살아있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요가매트 위의 명상 중- 롤프케이츠

매트 위의 나는 잠시나마 오롯한 내가 된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을 오롯이 즐겨보자.

몇 가지 동작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하니 금세 몸은 따뜻해졌다.

지나가는 외국 관광객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의 눈빛을 보낸다.


흐린하늘 울루루의 아침와 환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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