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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Oct 31. 2024

10. 짠내투어의 서막

부다페스트 여행

수화물 맡기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가까워~ 7-8시간? ” 하니 항공사 직원이 12시간 좀 넘게 걸린다고 한다.

인천-부다페스트 12시간 30분 소요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는데 꽤 걸리네)


“얘들아.

이번 여행은 짠내투어다. ”


입국심사를 마치고 입국장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9시 20분 비행기라 아침을 먹을 생각을 못했는데 강씨 남자 3명은 날 빤히 쳐다본다.

“먹자. 먹어야지”

든든히 한식으로 배를 채우고 LOT탑승

이륙 후 제공되는 기내식을 또 얼마나 잘 먹는지,,, 지환이는 편식 없이 워낙 잘 먹으니 항상 대만족인데 이번엔 려환이의 먹방이 눈에 띈다. 결국 여분의 기내식을 요청해 추가로 먹고 영화 보다가 기내 한편에서 나는 컵라면 냄새를 맡고 간식 서비스까지 받는다.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둘이 키득이며 놀더니 지환이는 5시간 려환이는 4시간을 한번도 깨지 않고 잔다. 정말 장거리 비행에 특화된 아이들인 듯싶다.


어느덧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지환이가 푹 잘 잤는지

금방 온 거 같다며,, “여기 제주도야?”하며 너스레를 떤다.


경유지 개념으로 도착한 부다페스트. 시간이 많지 않아벌써 아쉽다. 다른 곳은 몰라도 피아니스트 리스트의 박물관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신랑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신랑은 세체니 온천으로 바로 가기를 권했다. 세체니는 오래된 터키식 온천이다. 건물이 예뻐 뷰가 좋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피곤했던 요 며칠 업무 과중으로 받은 스트레스와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씻고 싶은 신랑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난 여전히 리스트 박물관을 먼저 들려도 충분히 온천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그리 신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의견 충돌은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자칫 시간과 에너지만 소비할 수 있기에 빠른 단념이 필요할 때가 종종 있다. ) 중심가에 있는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지하철역으로 갔다. 다행히 숙소가 중심가에 있어 이동이 수월하다. 지하철 티켓 판매 기계를 보지 못해 입구에 있는 창구로 갔는데 어른은 기계에 탭을 하고 아이들은 그냥 가면 된다고 했다. 일만의 의심도 없이 즐겁게 지하철에 탑승했다. 유럽에서 최초로 생겼다는 부다페스트 지하철은 낮고 아담했지만 타일이 벽을 둘러싸고 우드 몰딩으로 너무 예뻤다. 꼭 놀이공원에 와서 트램을 타는 느낌처럼. 노랗고 아담한 기차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세체니 역에 내린 우리는 곧 어이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몇몇 기차역 직원들이 모여 우리를 불러 세운다. 티켓 검사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 티켓을 보여달라더니 아이들은 공짜라고 해서 티켓을 끊지 않았다고 하니 갑자기 벌금을 내라는 거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한참을 실랑이를 하고 우리가 탑승했던 곳의 역무원 이야기를 하자 그건 그쪽에 가서 항의를 하고 자기들은 무임승차 한 사람들만 잡아내는 역할이라며 벌금을 내란다. 벌금은 1인 12,000 HUF 포린트. 한국돈으로 44,000원이다. 헝가리 입국하자마자 어이없는 상황으로 아이들 무임승차 벌금 88,000원을 내게 된 것이다. 화가 치민다. 우리 가족의 짠내투어 시작의 서막이다.

처음 방문한 나라 헝가리에서 찐하고 쓰디쓴 추억을 간직(?)하게 된 우리는 지하철역 바로 입구에 있는 온천으로 향했다. 수영복 이외엔 아무것도 챙기지 않은 나의 서툼과 신랑의 미흡한 준비로 로브나 타월등도 하나 못 챙겨 목욕타월 하나에 24유로의 거금을 들여야 했다. 타월 하나로 4인이 사용해야 한다니,, 두 번째 난관이다. 그냥 우리가 여행 전 치열하게 일하고 바빴다며 위로에 위로를 반복했다.


한국과 거의 흡사한 기온은 따뜻한 온천을 즐기기에 딱좋아야 했지만 두들겨 맞은 벌금과 비싼 타월에 짠내투어는 이미 퇴색되어 가는 건가?

좀 아끼며 여행을 하자는 뜻이었는데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아이들이 저녁 메뉴 주문을 하는데 절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애미 마음이 좋을 리 없다. 한창 먹을 나이에 무슨 짠내투어야~~ 일단 먹고 즐기자!! 짠내투어는 너희들 성장판이 멈추면 하기로 하자.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아름답고 화려하다.

세체니 다리에서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걷다 보면 ‘다뉴브 강가의 신발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신발을 벗게 한 뒤 총살한 곳으로, 2005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60켤레의 신발 조형물이라고 한다. 다뉴브 강을 중심으로 양 방향 모두 화려한 건축물과 조명들로 황금빛 야경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지만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하니 차분한 마음이 들었다. 여전히 추모의 꽃들과 꺼진 초가 신발들 사이에 있다.

서울의 한강이랑 느낌이 참 비슷했던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산책은 완연한 가을밤을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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