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의 시간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습관처럼 열어본 블로그 댓글을 읽다가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솟아올랐습니다. 단 몇 줄의 댓글이 대체 뭐 길래, 나에게 이런 감정을 주는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평범한 인사로 건네는 단순한 댓글일 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나에게 주는 영향은 적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오는 건 찬이가 아니라, 찬이 엄마가 아니라, 강유라 님이 느껴져서에요. 강유라 님의 고민, 생각, 생활,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나 자신'에 대한 글에 공감하며, 자꾸만 잊고 사는 나를 돌아보게 돼요. 사치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평범한 갈망이면서 또 애써 모른척하거나 무던해지거나, 포기해버리기도 하는 그런 나의 일상이요. 그걸 공감하고 싶어서 들어오고 따뜻한 시선과 글에서 희망을 느끼고 늘 위로받는 답니다."
- 물빛님의 댓글 중
블로그에 아들 찬이와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많은 이웃을 만나게 되었어요. 글 하나를 올리면 이어서 달리는 댓글 한 줄에 짜릿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넋이 나가곤 했습니다. 마음에 찡~ 와 닿는다, 백번 공감이 된다, 같은 마음이다, 라는 짧은 댓글만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이다지도 많구나, 생각을 하게 됐죠. 나만 힘들게 살아가는가 싶다가도 꾸깃꾸깃한 생각들을 담은 포스팅 하나에 달린 공감의 댓글을 읽다보면 더 잘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더군요.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고, 쓰임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경험이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주는 것이었어요. 내가 잘 나서 내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역꾸역 해 놓은 것이 누군가에게 닿아 공감이 되면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 위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결코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자기효능감이라는 것이었어요. 작은 글 하나에 주고받는 효능감이 이다지도 강한 것인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는 쓰임 있는 경험은 살아갈 에너지를 주는 대단한 것이었어요.
나의 글이 마법가루가 되어 당신의 마음에 뿌려진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감성의 힘으로 사는 제 주변엔 넘쳐나는 감성을 보태는 이웃들이 넘쳐나는 게 당연한 일인가 봅니다. 마법의 가루까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이 마당에 뭔들 못 하겠나 싶어 졌어요.
짧은 댓글마저 선물처럼 느껴지는 요즘, 선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음이 이토록 푸근해져 버려 무방비 상태의 야들야들한 사람이 되고 마는 몽글몽글한 이 기분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찬이라서 다르지 않았고, 찬이로 인해 겪게 된 이 삶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엄마의 자존감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제 시작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함께 위로와 희망을 이야기하며 성장하는 엄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십 년 잘해 왔다고, 하나의 챕터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챕터를 여는 시간을 맞이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