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을 보고
입시를 둘러싼 기상천외한 일들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난다. 최근 입시와 관련하여 크게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있다. 바로 미국의 바시티 블루스 사건(입학 부정 사건)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은 전세계인으로부터 그 명예를 인정 받는다. 제목에 ‘하버드' 세 글자 들어간 책은 셀 수 없이 많고, 아이비리그에 갈수만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등록금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어쩌면 대학의 간판은 현대판 신분 상승을 결정 짓는 결정적인 레이블일지도 모른다.
아이비리그에 가기 위해서 우수한 성적은 물론이고 다양한 봉사활동, 대회 수상경력 등이 요구된다. 물론 정정당당하게 입학하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미국 대학에는 소위 ‘뒷문'이 존재한다. 부모가 몇 십만 달러를 기부하거나 건물을 지어준다고 제안하면 자녀의 입학을 약속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입학은 대학의 서열화와 명망 과대평가 등의 현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바람직한가'의 논의와 상관 없이 대학에서는 거액 기부자를 거부할 사유가 없으니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방식이다.
‘뒷문' 방식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입학이 100프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부 제안에 따라 입학처에서는 한 번 더 고려해볼 것을 약속해줄 수는 있으나, 결국 입학시켜주느냐는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아무리 돈이 차고 넘쳐도 ‘거래 성사'가 불확실하니 그닥 이상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릭 싱어는 바로 이 단점을 이용해 대학 입학의 ‘옆문'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농구 코치로 일하다 해고 당한 후 릭 싱어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놓였다. 그가 고민 끝에 선택한 일은 일반 학생들을 체육 특기생으로 부정 입학시키는 입시 코디다. 이미 경험이 풍부한 학생 지도와 농구 코치로 일하며 빠삭하게 아는 체육 특기생 제도를 이용해 요트나 수구와 같이 대학에서 주력으로 밀지 않고 기부금이 변변찮은 종목을 노려 일반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아이비리그의 코치들과 인연을 맺어 매해 아이들을 이런 방식으로 입학시키고 받는 수익을 코치들에게 일부 분배해준다.
이런 범죄 행위는 수 년간 이어왔고, 그는 잡히기 전까지 700명이 넘게 아이들을 이런 방식으로 입학시켜왔다. 금액이 뒷문보다 확연히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입학이 확실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그의 고객들 중에는 유명 방송인, 배우, CEO 등 거물들이 있어 사건이 밝혀지며 미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고 한다.
바시티 블루스에 관해서는 그간 기사나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 초반부에서도 읽었기에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건을 면밀히 이해할 수 있었다. 릭 싱어라는 사람, 그의 캐릭터성에 집중한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유년 시절, 청년 시절, 범죄행위 초기 등을 자세히 보여줘서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큰 그림을 쉽게 설명해준다. 재밌었던 연출 방식은 이야기를 릭 싱어와 닮은 재연 배우를 사용한 것이다. 덕분에 드라마처럼 안정적이고 몰입하기 좋은 화면이 나왔다. 릭 싱어가 고객과 하는 모든 대화나 통화는 실제 도청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하니 다큐멘터리에 현실성이 충분히 바탕되어 있다.
워낙 현실적이면서도 흥미를 이끌만 한 사건이라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본인은 킬링타임용으로 틀었으나 보고 난 후 마음 한 구석에 찝찝함과 화가 느껴졌다. 다큐멘터리가 오프닝부터 후반까지 틈틈이 사용하는 화면은 흔히 유튜브에서 봤을 법한 ‘대학 합격 반응 영상' 자료들인데, 어린 학생들이 합격 여부를 확인하고 펑펑 울고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는 반응을 보면 이런 대학 뒷문과 옆문에 대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본인 또한 부모의 희생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적당한 대학에 들어갔기에, 자격 없는 학생들이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내 자리를 채워서 다닌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입시를 한 번이라도 겪었고 그 과정에서 눈물 흘린 적이 있다면 절대 가볍게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