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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Jul 16. 2024

나를 이해하려 하지 마세요.

고양이는 왜 그럴까? -3-




3. 인간은 이상하다.





토독, 톡, 툭, 투두둑, 툭-.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들이 친구들을 불러모아

길바닥 위로 옹기종기 모여진 웅덩이 위로 차박이는 발걸음들


나는 지나다니는 색깔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저 물이 다시 모여 마실 수 있는 때를 기다린다.


"야옹이다!"


들켜버렸다.


동그란 원형 위에 거대한 물건 밑에 웅크리고 있었는데

인간들은 용케도 알아본다.

우리보다 속도도, 시각도, 후각도 뛰어나지 않는데 항상 어떻게 찾는거지?


"배 안 고파?"


나를 찾은 인간은 이미 몇 번 봤다는 식으로 다정한 투로 말을 걸어온다.

그저 빤히 쳐다보고만 있자 인간은 씩 웃어보인다.

가방을 마구 뒤적이는 모습에 움찔했다. 혹여나 나를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도망갈 자세를 취하자 인간이 다급한 표정을 내보엿다.


"어, 어어! 잠시만!"


나를 다급히 붙잡는 목소리에 움찔하며 취한 자세를 풀지 않은 채 인간을 노려봤다.

내 앞에서 접시 두 개를 내려두더니 물과 먹이를 주었다. 

그러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인간의 눈동자는 따뜻했다. 해할 것 같지 않았다.


쭈구려 앉아 날 보는 인간을 한번,

내 앞에 놓여있는 물과 밥을 한번,

인간을 한번,

밥을 한번,


거부할 수 없는 맛있는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인간이 챙겨준 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러자 앞에 있던 인간은 싱긋 웃어보였다. 

처음이였다, 인간이 나를 보고 웃어준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인간은 꾸준히 나를 밥을 챙겨주었고,

그의 손길을 이젠 담담히 받아들였다.

생각외로 인간의 손은 따뜻했고 아주, 다정했다.

처음 깨달았다, 인간은 다정하구나. 



-



오늘도 인간을 기다렸다.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인간들도 나를 예뻐해주었다.

쓰다듬는 손길들은 다정하고 한 없이 따뜻했다.


기분이 좋았다. 


인기척이 들렸다. 

낯선 냄새와 낯선 소리, 처음 보는 인간이였다. 

하지만 나는 인간은 따뜻한 존재란 것을 알고 있기에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하지만 돌아온건 매서운 손길과 발길


"더러운 고양이 새끼."


무차별적으로 이어진 폭력에 결국 달아났다.

온몸이 아파왔다.

어딘가 부러진 것 같았다.

자꾸만 사례가 들고 입에서는 뜨거운 무언갈 내뱉었다.


"야옹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겁이 났다.

그 반가운 목소리도 아까의 손길로 이어질까봐.

겁에 질린 채 도망가려다 붙잡혀 저항했다.


"야옹아, 무슨 일이야, 응? 왜 이렇게 다쳤어!"


말은 커녕, 소리를 내고싶어도 입에서 자꾸 울컥 나왔다. 

붙잡힌 인간의 품은 아까와 다르게 따뜻했다.


뭘까?


분명 아까의 인간은 매서웠고

지금 날 잡은 인간은 따뜻하다.


인간은 이상한 존재다. 

눈 감기 직전까지 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고양이는 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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