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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개연필 Jul 03. 2017

떼돈 버는 방법보다는 살아남는 방법이 필요한 시대

우석훈의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한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 문예출판사     


[88만 원 세대]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어쩐지 내용을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책이다. 여기저기에서 책의 제목을 많이 들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88만 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가 낸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2017년 5월 4일 1쇄가 나온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한 토론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하필 이 달의 주제가 ‘경제’인 데다가 이 책이 필독서였기 때문이다. 나는 본디 경제에 대해 얕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책을 찾아보지는 않고 있는 ‘말만관심자’로서 살아왔는데 이 참에 핫한 경제 이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이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쏠쏠한 이득이라 하겠다.      


이 책에서 계속해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사회적 경제’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사회적 경제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명쾌한 정의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것을 단순히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가 참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단 사회적 경제를 가난 속에서 피어난 꽃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9세기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을 전혀 챙겨주지 않던 시절에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그리고 1929년 대공황 이후로 협동조합은 한때 이탈리아에서 국가를 운용하는 기본 조직으로 검토된 적도 있다. 그리고 현재, 대공황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일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특히,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 사회적 경제의 가장 흔한 모습은 협동조합의 형태이다. 예를 들면 <한살림>, <아이쿱>, <의료 협동조합>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이다. 이것은 개인이 이윤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기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특히, 한 지역공동체에서 함께 뜻을 모아 만들고 함께 운영해가는 조직이다. 물론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유통과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지만 여기서 발생한 이윤이 한 개인의 재산을 축적하는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지역에 환원되어 사회적 이득을 추구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고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기 때문에 폭리를 취하거나 불량 제품을 유통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의료 협동조합 같은 경우에는 의사들이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고 일하면서 운영에 관한 여러 결정들을 조합원들과 함께 내리게 된다. 물론 의학적인 부분에서야 의사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있고 반면에 일정한 환자가 조합원으로 등록되어 그 병원을 찾기 때문에 도산의 위험도 적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의료 협동조합은 안산과 원주에 있는데 주로 1차 의료가 주가 되어 치과, 한의원, 가정간호, 건강검진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어 있다. 병원이기 때문에 치료가 주요한 사업이 되겠지만 여타의 다른 병원들과 달리 조합원들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까지의 설명만 들어보면 왠지 공산주의가 생각나기도 하고 좌파들이나 좋아할 경제 형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유럽에서 이 사회적 경제가 가장 활발한 곳은 스위스의 취리히이다. 취리히는 유럽에서도 보수와 극우파가 강한 도시라고 한다. 저자는 취리히의 커피집을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곳에서 물론 스타벅스가 있지만 ‘COOP’이라는 마크를 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커피집이 훨씬 많다고 한다. 지역자치를 바탕으로 한 자영업자와 협동조합의 도시 취리히. 평생을 한 자리에서 커피만 내린 작은 카페 사장들이 즐비한 도시. 무엇을 하든 평생을 같은 자리에서 하면 그 사람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이 커피가 가장 맛있는 도시라는 세평을 갖게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떼돈을 벌어 천문학적인 금액의 부자가 되기 위한 경제법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회적 경제라는 것은 책의 부제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더 가난해지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어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떼돈을 벌 한 사람이 나타나고 그 사람이 혹시 나누어줄지 모르는 시혜적 분배가 아니라, 모두가 적당히 먹고 살만큼 벌어 함께 잘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신자유주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제체제 인지도 모르겠다. 또 사회적 경제가 주류가 되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사회적 경제 아래에서는 조합원들의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결정을 내리는데도 하세월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 경쟁 체제가 전부가 아니며, 생각해볼 만한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안심이 된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가 ‘멋있어서’ 또는 ‘폼나서’, 지금과 같은 세계적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은 아니다. 급격한 경제위기 때, 다른 방식으로는 먹고살 수 없게 된 사람들끼리 모인 조직을 정부가 지원하면서 형성된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이념적인가? 사회적 경제를 설명하는 이론 틀이 이념적인 것이고,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과정은 지극히 현실적인 경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흐름과 같은 것이다. p.11 <서문> 중에서     


사실 이 책은 사회적 경제를 공부하기 위해 좋은 책은 아니다. 저자가 마치 술 한잔 마시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것처럼 주르륵 이야기를 쏟아놓은 것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회적 경제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은 나중에 읽어도 좋다. 하지만 체계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니 어렵지 않은 말로 이런저런 곁가지도 들어 있는 수다 같은 형식을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요즘 한창 tvN에서 인기를 올리고 있는 나영석 PD의 [알쓸신잡]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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