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Aug 24. 2022

샹베르땡 ..  조세핀

멜랑꼴리는 '슬퍼하는 기쁨'이라고
빅토르 위고는 말했다.
슬픔에도 기쁨의 질량이 있다면
기쁨에도 어느 정도 슬픔은 묻어져 있다.
행복이 순간의 기억 한 줌이듯
어떤 감정도 한 손에 쥐려고 하면
어느새 빠져나가 버리는 공기 같은 바람일 테니...

폭풍을 예고하는 바람이 거칠어진 손으로

나무를 세차게 흔든다.
회색 구름은 양 떼처럼 낮은 구릉으로
빠르게 몰려간다
곧이어 있을 폭우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협주를 울릴 듯하다.


변주를 올리는 날씨의 서막에 황금의 언덕,

위대한 밤의 모퉁이, 꼬뜨드뉘의 영롱한 혈색을 영접하러  창경궁 옆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오늘의 드레스는  옐로 컬러의
꽃잎처럼 치맛자락이 레이어드 된 롱 원피스이다.

프렌치 파인 다이닝으로 미슐랭에 오른 르꼬숑은 정찬 코스에 네이밍을 붙이는 콘셉트로 미각의 인문학을 선사한다.

이번 주제는 색의 팔레트이다.
  La palette
정 셰프의 요리에서 컬러는 클리셰가 아닌 주연의 배우로 등극한다.
오롯이 하나의 역할을 하는 메인 캐릭터가 된다.


첫 번째 요리는 yellow breeze
봄날의 설렘 같은 유채꽃 컬러가 바람을 타고 샛노란 향기를 뿌리는 듯하다.
컬러에는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이 있다.
오늘 주인공으로 선택한 옐로 드레스는 나의 기대와 설렘을 표현한 것이리라.


다음 이어지는 플레이트는 stone black.
강인하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차분함은 남자 주연을 닮았다.
굳게 닫은 인중과 심플한 언어로
절제된 성격의 페르소나를 표현한다.
아무런 장식이 없는 블랙 파우치는
그의 유일한 액세서리이다.

리고, 남주와 여주의 테이블 한가운데 오스카 트로피처럼 존재감 있게 올려있는 GRAND CRU.
부르고뉴 꼬뜨드뉘  라트리시에르 샹베르텡.
2014 빈티지의 기품 있는 오묘하고 복잡한 뉘앙스가 피노누아를 재해석하며 독특한 풍미를 품긴다.
나폴레옹이 숨을 거두기 전 유언 같은 마지막 두 마디는 바로 샹베르땡, 조세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샹베르땡 향에 매료되었다고 그는 고백했었다.
사랑도 향기 없이는 절대적인 미감을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기억도 후각의 파편이 아니던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 잃어버린 시간들의 기억을 떠올렸던 마르셀 푸르스트.
와인 한 모금이 입천장에 닿자

나는 내 몸에서 어떤 특별한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감미로운 기쁨,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멜랑콜리가 그득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슬픔의 향기를 지닌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미소에서 수채화 물감처럼 슬픔이 투명하게 번져나가는 것을
그 남자는 세심히 느낀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의 목덜미를 혀의 미각으로 섬세히 훑는다.

지금 이 순간은 어떤  향으로 추억될까.

You taste like pino noir.

Au revoir mon amour...


작가의 이전글 하나의 영혼, 아니마 문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