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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Oct 20. 2021

연재를 마무리하며

바르셀로나행 야간열차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백예린의 '산책'이란 곡입니다. 이 곡을 듣다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출근길 따릉이를 타고 가다가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이란 가사를 듣고 눈물이 흘러 내려 자전거에서 내려 엉엉 울었습니다.


2014년 저는 미친 사람처럼 유럽을 70일 동안 쏘다녔습니다. 다시 건강해지면 같이 여행하자고 약속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꼭 1년만에 떠난 배낭여행이었습니다.


좋은 풍경을 보면 그 좋은 것을 나 혼자만 보고 있다는 미안함에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되뇌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맘놓고 울지 못하니 아는 사람 없는 유럽으로 가야겠다. 맘먹고 7.5kg배낭 하나 달랑 메고 참 많은 곳을 둘러봤습니다.


암스테르담, 흐로닝겐, 런던, 옥스퍼드, 하이델베르크, 비텐베르크, 마드리드,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피렌체,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 아테네, 파트모스, 보드룸, 파묵칼레, , 부다페스트, 프라하, 자그레브, 스플리트, 드브로브니크. 다 기억할 수 없는 도시들, 마을들.


그 여행 이후로 저는 일년에 한달은 해외에 나가자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는 전혀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형편인 것은 모두와 같은 사정이죠.


여행을 다니며 마음이 좀 풀렸냐고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좀 정리가 되었나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바르셀로나행 야간열차를 타고 오는 도중 저와 한 객실을 쓰게 된 한국인 부부는 가 보지 못한 론다의 누에보 다리에 대해서 너무 아쉬워 하더군요. 여행했던 곳들 어땠냐고 물어도 부부는 계속 누에보 다리가 어떠냐고 갔어야 하는데 하며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더군요.


그 때 그 부부의 모습과 제 여행이 겹쳐서 보였습니다. 오늘을 살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게 되었어요.


소설은 그것을 모티브로 쓰게 되었습니다.  부부와 만남 이후 저의 여행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제는  발을 땅에 딛고 천천히 마을과 길과 숲을 마주합니다.


아주 큰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자잘하게 느껴지는 행복을 맛보려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걷고, 붕어빵을 사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소설 연재를 마치고 나니 쓸쓸해지네요.

가을 탓이겠죠 ㅎㅎ


아무튼 현재와 은혜 그리고 그 녀석이 그리워집니다.

연재 때마다 힘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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