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행 야간열차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
물로 그린 그림처럼 사라지네
보고 싶어라
오늘도 그 사람을 떠올리려
산책을 하네
백예린의 '산책'이란 곡입니다. 이 곡을 듣다가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출근길 따릉이를 타고 가다가 '보고 싶어라 그리운 그 얼굴'이란 가사를 듣고 눈물이 흘러 내려 자전거에서 내려 엉엉 울었습니다.
2014년 저는 미친 사람처럼 유럽을 70일 동안 쏘다녔습니다. 다시 건강해지면 같이 여행하자고 약속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꼭 1년만에 떠난 배낭여행이었습니다.
좋은 풍경을 보면 그 좋은 것을 나 혼자만 보고 있다는 미안함에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되뇌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맘놓고 울지 못하니 아는 사람 없는 유럽으로 가야겠다. 맘먹고 7.5kg배낭 하나 달랑 메고 참 많은 곳을 둘러봤습니다.
암스테르담, 흐로닝겐, 런던, 옥스퍼드, 하이델베르크, 비텐베르크, 마드리드, 세비야, 론다, 그라나다, 바르셀로나, 파리, 로마, 피렌체,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 아테네, 파트모스, 보드룸, 파묵칼레, , 부다페스트, 프라하, 자그레브, 스플리트, 드브로브니크. 다 기억할 수 없는 도시들, 마을들.
그 여행 이후로 저는 일년에 한달은 해외에 나가자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는 전혀 해외에 나가지 못하는 형편인 것은 모두와 같은 사정이죠.
여행을 다니며 마음이 좀 풀렸냐고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좀 정리가 되었나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바르셀로나행 야간열차를 타고 오는 도중 저와 한 객실을 쓰게 된 한국인 부부는 가 보지 못한 론다의 누에보 다리에 대해서 너무 아쉬워 하더군요. 여행했던 곳들 어땠냐고 물어도 부부는 계속 누에보 다리가 어떠냐고 갔어야 하는데 하며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더군요.
그 때 그 부부의 모습과 제 여행이 겹쳐서 보였습니다. 오늘을 살지 못하고 지금 여기에 있지 않고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게 되었어요.
소설은 그것을 모티브로 쓰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와 만남 이후 저의 여행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어요. 이제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천천히 마을과 길과 숲을 마주합니다.
아주 큰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자잘하게 느껴지는 행복을 맛보려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걷고, 붕어빵을 사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소설 연재를 마치고 나니 쓸쓸해지네요.
가을 탓이겠죠 ㅎㅎ
아무튼 현재와 은혜 그리고 그 녀석이 그리워집니다.
연재 때마다 힘주시고 응원해 주신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