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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Jan 12. 2022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취향의 발견

강남역 & 광화문 스타벅스

커피 하면 스타벅스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처음엔 집 근처에 생긴 신기한 매장이라서 찾아갔다가 이제는 단골이 됐다. 마땅한 약속 장소가 없으면 지하철 역 근처 스타벅스에서 보자고 한다. 


심지어 강남역에는 출구마다 스타벅스가 있다.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보자고 하면 크게 낭패를 본다. 강남역 몇 번 출구 스타벅스인지를 말해 주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서 왜 이렇게 늦냐며 짜증 섞인 카톡 메시지를 받기 십상이다.  


십여 년 넘게 강남역에 사는 동안 그 많은 강남역 주변 스타벅스를 한 번쯤은 가본 것 같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강남역 1호 매장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남역 주변 커피숍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주문을 받으러 오는 구조였다. 


스타벅스는 달랐다. 안내도 없었고 간섭도 없었다. 알아서 테이블 찾아 앉고 심지어 주문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절 눈치 안 보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스타벅스에 가서 아아 한잔 시켜 놓고 쉬다 오는 게 삶의 낙이었다. 지금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자주 찾는다. 처음엔 다른 자리가 없어서 리저브 서비스를 해 주는 자리만 남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앉아서 그 비싼 커피를 주문했다. 


원두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글라이딩 된 원두의 향을 맡게 해 주는 그 일련의 리듬에 매료되어 그 후에는 일부러 리저브 매장을 찾았다. 느리더라도 서로 소통하며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어느 방면에서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광화문 스타벅스




광화문 & 성수 블루보틀

도쿄에 직원들과 명목상 시장조사를 갔을 때 블루보틀, 블루보틀 노래를 하기에 한번 가보기로 하긴 했는데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다. 도쿄 시내를 활보하고 다니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나오는데 맞은편에 있는 블루보틀을 발견했다. 


아니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는데 블루보틀은 못 보고 스타벅스를 들어가다니... 어쨌든 블루보틀에서 한잔 더 하기로 하고 매장에 들어가니 문 닫을 시간이란다. 테이크아웃도 안되냐니 그마저도 안되다고 단칼에 거절당하고 씁쓸히 문을 나섰다. 


맛을 못 봐서 그런지 아쉬임이 크게 남았다. 그러던 차에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미 강남역 쉑쉑 버거 때 웨이팅의 매운맛을 본 터라 물 빠진 후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블루보틀 광화문 매장이 생기고 나서야 그 유명한 아라를 맛볼 수 있었다. 


워낙 국립현대미술관을 좋아해서 한 달에 한번 이상은 찾아가는 편이라 그 근처에 매장이 있다는 점도 메리트가 있었지만 일단 로고 자체가 근사했다. 매장 앞에는 사진 찍는 사람으로 그야말로 인사 인해였다. 


자리도 턱없이 부족해 매장 안에서는 느긋하게 커피 한잔 마실 수 없었고 구석 테라스 자리가 나서 그곳에서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면서도 못내 마음만은 흐뭇했다.


올해 서울숲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는 성수 블루보틀에 자주 간다. 따릉이를 타고 서울숲을 지나 호호식당이나 할머니의 레시피에서 밥을 먹은 뒤 블루보틀에 가는 게 휴일의 루틴이 됐다. 


성수 매장은 언제나 붐빈다. 평일에 가도 주말이나 휴일에 가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번은 자리가 없어서 웨이팅하는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 거리다 간 적도 있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자리도 불편하고 커피도 늦게 나오는데 발걸음이 이 곳을 향하는 이유는 뭘까?


성수 블루보틀


망원 커퍼시티

빅 브랜드를 소개했으니 이제 좀 나만 아는 가게도 은근슬쩍 스리슬쩍 끼워 넣어 본다. 망원역 주변에는 독자적인 커피 브랜드가 많다. 팟캐스트 녹음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망원에 가다 보니 녹음을 마친 후 마치 도장 깨기처럼 신규 오픈 커피 매장을 찾는다.


보물은 항상 근처에 있는 법. 커퍼시티가 그러했다. 커플이 운영하는 카페는 시원한 통창에 기다란 바테이블이 매력적이다. 나와 지인은 항상 바테이블에 앉는다. 반갑게 우릴 맞아 주고 익숙한 솜씨로 커피를 내려 주는 주인장은 호주에서 커피 유학을 했다. 


찾다 찾다 찾기를 포기했던 기치조지에서 맛 본 산미 있는 커피를 망원에서 찾게 될 줄이야! 완전 완전 땡큐 베리 머취~


이미 한 모금 마시는 순간 깨달았다. 이건 찐이다. 두 말하면 잔소리다. 가서 맛 보라! 실망하면 커피 값은 내가 낸다. (이 정도 했으면 사장님이 내게 서비스로 커피 한잔 정도는 주겠지 ㅋㅋㅋ)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 한잔을 내려 마셨다. 이번에 원두를 바꿨는데 영 맛이 신통치 않다. 언제나 난 내가 내린 커피에도 만족할 수 있을까? 


망원 커퍼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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