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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28. 2024

감나무를 위하여

순례 006



인간은 원숭이에게 쫓겨난 패배자였다



지금은 사막이 되었지만

아주 먼 옛날 아프리카는 열대우림이었다

그 숲에 원숭이와 사람이 함께 살았다

주로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먹고 살았다

지각변동으로 숲의 일부가 초원이 되었다

엄지발가락 넷이 발달한 원숭이가

열매 풍요한 숲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초원으로 쫓겨난 인간들은 많이 걸어야 했다

열매를 잃은 인간들은 청소부가 되었다

남들이 먹다 남은 음식들을 찾아다녔다

사냥을 할 줄 몰랐던 인간들은 맹수가 남긴 

음식들을 찾아다녀야만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를 보고 위치를 찾았다

배가 고픈 인간들은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네 발로 걷기가 힘들어져서 두 발로 걸었다

할 일이 없어진 앞발은 도구를 사용했다

승자였던 원숭이는 그렇게 계속 숲에 살았고

패자였던 인간들은 초원으로 쫓겨나서

살아남기 위하여 머리를 쓰다 보니 뇌가 커졌다

승리한 자들이여 승리에 취해서 만족하지 말라

패배한 자들이여 패배에 너무나 절망하지 말라


루시

셀럽

투마

숲에서 평원으로 걸어 나왔고

기후 변화에 적응한 종만 살아남았다


*

숲이 줄어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숲에서 살다가 초원으로 쫓겨났다

인간과 침팬지

오백만 년 전

지각변동

아프리카숲에서 살았다

거대한 산맥

인간이 사는 곳은 초원지대

숲에서 나온 두 발 원숭이

숲에서 초원으로 변하면서 적응하려고 뇌가 커졌다


*


감나무에게

햇빛과

공간을

더 주려고

살구나무와

젖꼭지나무를

과감히 잘랐다

나는

아무래도

감나무와

사랑에 빠진 듯


*                     

우리 마당에 감나무는 선인장이 되었어요. 가지를 너무 쳐서~ ㅠ

감나무가 몇 그루나 되는지요?

엄청 울창해요.

그 사랑이 결실로 이어지시길 기대합니다.

*                

저는 다양한 나무들을 심습니다                  

감나무도 대봉감, 반시, 땡감, 씨로 심은 고욤나무 등이 있습니다

대봉감 두 그루가 나란히 있는데 그 사이에 살구나무가 있는데 그 살구나무가 너무 크게 자라서 햇빛을 차단해서 오늘 아침 과감하게 잘랐습니다                

그리고 앞쪽에서 햇빛을 가리는 젖꼭지나무도 과감히 싹둑 잘라주었습니다                   

감나무는 10그루 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어린 감나무는 더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너무 많은 나무를 심어서 요즘에는 솎아내고 있습니다

나의 삶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 요즘에는 비워내는 일을 합니다                    

먹는 것도 욕심을 버리고 조금씩 줄이고 있습니다


*

지금은

레몬꽃

감귤꽃

하귤꽃

학자스민

낮달맞이꽃

의 계절


강산 2022년 4월 28일  ·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그냥

이어도공화국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아름다운 숲산을 구하지 못했고

아름다운 숲섬도 아름다운 숲숲도 만나지 못하여

나는 우선 작은 숲밭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밭을 숲으로 바꾸며 나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어도공화국 앞마당에는

화순금모래해변, 해수욕장

화순항, 형제섬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멀리 이어도가 있다


오른쪽 마당에는

산방산, 단산, 송악산

그리고

추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 늘 살아있다


왼쪽 마당에는

바위그늘집이 있는

안덕계곡과 월라봉이 있다


뒷마당에는 한라산이 떡 버티고 있다


오늘은 아침부터 안개가 몰려온다

멀리, 이어도에서부터 몰려오고 있다

이어도공화국까지 삼켜버린 안갯속에서

학자스민 향기가 학처럼 날아오르니

안개도 서서히 학 울음소리를 따라서 떠나간다


이어도공화국에는 사월이 가기 전에

고사리장마가 잊지 않고 찾아온다

사월에 떠나버린 영혼들을 위하여

함부로 울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온다

사람들은 밤안개의 뒤를 따라서 산으로 산다

고사리처럼 허리 구부리고 산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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