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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ul 21. 2024

우리들의 고향

―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우리들의 고향




길이 있는 풍경


나는 밭 가운데 너뷔바위에 앉아 있었다

아침 시선은

고춧대 하나에 꽂혀 있었다

외톨이처럼

뽕나무 가지 버팀목이 없었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고춧대가 휘청거렸다

또 한 마리가 날아왔다

고춧대가 드디어 꼬꾸라졌다


새는 약속처럼

한꺼번에 떠났다

고추나무는

끝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그러한 밭에서 걸어 나온 길로

살벌한 평화처럼

젖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밤하늘은 반란이다


고향의 밤 별들이 싸운다 밤하늘은

반란이다 바람이 분다 쓰러진다 다시

넘어진다 별은 쌈질하는 입이다 주점

젊은 여자의 열린 자궁 속이다 길들이

제 골목을 찾아 들어가도 동네는 앞으로도

시끄럽다 물소리도 밤하늘을 쥐어뜯으며

이어져 흐른다 그래도 사랑하는 고향 우리 집은

골목 끝으로 몰렸다 동네의 개들은 무리 지어

일제히 짖어댔다 끝에 매달린 우리는 건너로

이어지는 길을 보았다 바람에 쓰러진 곡식들이

줄기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솟아올랐다

태풍의 눈이 다시 무섭게 쏘아보았다 우리들의

다리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포식한 어둠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악을 썼다 몽둥이질

낫을 들고 휘둘렀고 쇠스랑으로 후려

갈겼다 검은 까마귀는 떼로 몰려와 무덤을

만들었다 무덤 속에도 하늘이 있었다 떠가는

흰 구름 변두리에 걸린 빛의 폐곡선에

갈라진 고향의 고샅길들이 감기고 있었다 그

하늘 속에는 메마른 공동우물이

파헤쳐져 있고 동네 사람들은 거꾸로 매달려,       

   


강산 14분


문태준 시인

김정숙 시인

조한일  시인

현택훈 시인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김성주 시인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비 바람의 길>

<구멍>

꼭 읽고 싶습니다


덕분에 많은 것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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