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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Dec 22. 2024

나는 괴로워했다

― 윤동주 시인과 함께 5



윤동주 시인과 함께 5

― 나는 괴로워했다




다랑쉬에는 다랑쉬마을이 들어있다

오름은 움푹해진 백록담도 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달과 함께 살았다

집들이 모두 불타고 굴속으로 들어갈 때에도

달과 함께 가재쑥부쟁이와 시호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다랑쉬굴 안에서 연기가 된 뒤에도

달은 잊지 않고 찾아와 섬잔대와 송장꽃을 피웠다


무쇠솥과 항아리와 놋수저와 신발만 남기고

열한 명이 들려 나와 바다로 떠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어둠 속에는 아홉 살 아이가 울고 있는데

벗겨진 신발 찾으러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잠겨버린 어둠은 열리지 않는다


달이 찾아와 소리쳐 불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곁에 있는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이 힘을 합쳐도 문을 열 수가 없다


남아있는 늙은 팽나무가 그저 바라볼 뿐

무너진 돌담도 집터도 우물터도 안으로 눈물 흘릴 뿐


달을 따라서 달의 고향으로 온 나도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다볼 뿐




(유튜브 대본)


 나는 괴로워했다 / 배진성

― 윤동주 시인과 함께 5




다랑쉬에는 다랑쉬마을이 들어있다

오름은 움푹해진 백록담도 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달과 함께 살았다

집들이 모두 불타고 굴속으로 들어갈 때에도

달과 함께 가재쑥부쟁이와 시호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다랑쉬굴 안에서 연기가 된 뒤에도

달은 잊지 않고 찾아와 섬잔대와 송장꽃을 피웠다


무쇠솥과 항아리와 놋수저와 신발만 남기고

열한 명이 들려 나와 바다로 떠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어둠 속에는 아홉 살 아이가 울고 있는데

벗겨진 신발 찾으러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잠겨버린 어둠은 열리지 않는다


달이 찾아와 소리쳐 불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곁에 있는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이 힘을 합쳐도 문을 열 수가 없다


남아있는 늙은 팽나무가 그저 바라볼 뿐

무너진 돌담도 집터도 우물터도 안으로 눈물 흘릴 뿐


달을 따라서 달의 고향으로 온 나도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다볼 뿐

       


https://youtu.be/9BANIUKY4GM?si=sTBuI0Liw7nHiGcj

https://youtu.be/ri29oHmyelI?si=MryPDlUigs-97gr7




https://youtu.be/DS63sv6GvQw

https://youtu.be/E2idIAyockw

https://youtu.be/LPBYIJIP-C0

https://youtu.be/k309UNe92F8


  다랑쉬를 아시나요 제주도 다랑쉬를 아시나요  #다랑쉬오름 #다랑쉬굴 #asmr 윤동주 시인과 함께 005. 다랑쉬 / 배진성  #다랑쉬오름 #다랑쉬굴 #다랑쉬마을 #asmr  다랑쉬 / 배진성              다랑쉬에는 다랑쉬마을이 들어있다 오름은 움푹해진 백록담도 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평생 달과 함께 살았다 집들이 모두 불타고 굴속으로 들어갈 때에도 달과 함께 가재쑥부쟁이와 시호꽃을 피웠다      사람들이 다랑쉬굴 안에서 연기가 된 뒤에도 달은 잊지 않고 찾아와 섬잔대와 송장꽃을 피웠다      무쇠솥과 항아리와 놋수저와 신발만 남기고 열한 명이 들려 나와 바다로 떠난 이후에는 더 이상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어둠 속에는 아홉 살 아이가 울고 있는데 벗겨진 신발 찾으러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잠겨버린 어둠은 열리지 않는다      달이 찾아와 소리쳐 불러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곁에 있는 용눈이오름 아끈다랑쉬오름 높은오름 돛오름 둔지오름이 힘을 합쳐도 문을 열 수가 없다      남아있는 늙은 팽나무가 그저 바라볼 뿐 무너진 돌담도 집터도 우물터도 안으로 눈물 흘릴 뿐      달을 따라서 달의 고향으로 온 나도 그저 서로의 얼굴만 바라다볼 뿐      * 다랑쉬예술제 영상 중에서 배진성 시인의 시 (다랑쉬) 낭송 부분만 따로 다시 녹화와 녹음을 하였습니다. 제주도에서 활동하시는 모든 예술가님들의 아름다운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바람섬 '쓰러진 사름 위로 눈이 내리면 그 위로 돔박꽃 한 송이 번져 나왔습니다.' 1948년 12월 18일. 학살이 이뤄지던 날은 흐리고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참상은 9 연대가 주도한 대대적인 군‧경‧민 합동 토벌작전, 즉 초토화작전의 일환이었다. 육지부로 부대 이동을 앞둔 9 연대는 압도적인 업적을 남기기 위하여 마지막 박차를 가하였다. 굴을 덮친 토벌대가 처음엔 입구에 수류탄을 던졌고, 그래도 사람들이 나오지 않자 굴 입구 쪽에 불을 피운 후 구멍을 막아 질식사시켰다. 연기는 다음날까지 굴속에 가득했었다. 증언에 의하면 연기에 질식된 희생자들은 고통을 참지 못한 듯 돌 틈이나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숨져 있었고 눈, 코, 귀에서 피가 나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었다 한다. 1992년. 다랑쉬굴의 유해 발견은 4‧3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거사 진상 규명 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2022년. 유해 발견 이후 30년 세월이 흘렀다. 굴은 여전히 봉인된 채 말없이 다랑쉬오름을 지켜보고 있다. #이어도공화국 #다랑쉬 #배진성 #다랑쉬오름 #다랑쉬굴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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