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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살 먹은 나무 한 그루 / 배진성

― 이어도공화국 꿈삶글 0021

by 강산





오백 살 먹은 나무 한 그루 / 배진성





또 처녀 카밀라, 투르누스, 에우리알루스,/상처 입은 니수스의 희생으로 세워진/저 불쌍한 이탈리아의 구원이 되리라//이 사냥개는 사방에서 암늑대를 사냥하여,/질투가 맨 처음 그놈을 내보냈던/지옥으로 다시 몰아넣을 것이다//그래서 내가 너를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니,/나를 따르도록 하라 내가 안내자가 되어/너를 이곳에서 영원한 곳으로 안내하겠다//그곳에서 너는 절망적인 절규를/들을 것이며, 두 번째 죽음을 애원하는/고통스러운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신곡(神曲)』12


오백 살 먹은 나무 한 그루 아직도 살아있다 맨 처음 태어난 밑동은 500년을 살았다 그다음 태어난 가지는 499년을 살았다 그다음 태어난 가지는 498년을 살았다 작년에 태어난 가지는 2년도 살지 못했고, 올봄에 태어난 가지는 돌도 지나지 않았다


오백 년 된 나무는 한 늙은이가 아니다 오백 살 먹은 노인부터, 이제 막 하늘을 기어 다니는 아기까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아름다운 고향 마을이다 오백 세대의 나무가 아직도 한 동네에 살고 있다 오백 살 먹은 나무 한 동네가 아직도 살아있다 오백 년 된 나무 한 그루는 오백 년 된 우리들의 고향 마을이다


백 년 된 나무는, 백 년을 산 밑동도 있고, 이제 막 태어나, 하늘을 기어 다니는, 잔 가지와 새싹이 함께 살아간다 나 또한 60년 가까이 살아가는 심장도 있고, 이제 막 자라나는 머리카락과 손톱도 있고, 어제 생겨난 세포도 있고, 오늘 지금 막, 만들어지고 있는 세포도 있다 6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심장이나, 이제 막 생겨나고 있는 세포도, 모두가 다 나인 것이 분명하다 어제의 나도 나이고, 작년의 나도 나이고 내일의 나도 나이고 내년의 나도 나일 것이다 이런 모든 나를 가장 잘 살기 위해서는 오늘 나인 나를 제일 잘 살아야만 한다 겨울의 하얀 눈도 저렇게 오늘의 자신을 잘 살아가기 위하여 날개를 활짝 펴고 하얗게 날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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