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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Oct 22. 2023

나와 똑같은 성향에 사람이랑 연애하면 잘 맞을까?

“오빤 MBTI가 뭐야?"

“난 ENFJ인데 너는?"

“헐 나돈데. 신기하다!”


두 달 전 지인을 통해 한 여성분을 소개받았다. 사는 곳과 나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카톡을 나누면서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 조금씩 풀어지는 분위기에 우린 서로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물었고 MBTI를 시작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 좋아하는 음식, 선호하는 영화 장르, 연애 가치관 등 그녀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칼답을 선호한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카톡은 표정을 볼 수 없어서 문장만 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예측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소개를 받는 순간은 별 거 아닌 문장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는 게 과대해진다. 'ㅋ'이 얼마나 붙어있는지, 단답으로 하는지, 답장 주기는 몇 분인지를 보면서 메시지를 통한 호감의 척도를 예상하게 된다. 그 결과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은 지 이틀째 되었을 때 그녀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카톡만 주고받던 우리는 만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날짜에 약속을 잡았다.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 오후 5시 영등포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날 나는 쉬는 날이었고 그녀는 퇴근을 하고 바로 오는 날이었다. 시간이 촉박할 수 있으니 좀 더 늦게 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충분히 시간 맞춰 갈 수 호언장담을 했다. 약속 당일이 되어서 미리 도착하고 기다리던 내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늦을 거 같다고.


20분쯤 흘렀을까, 문이 열리고 프로필 사진으로만 봤던 그녀가 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눈이 마주쳤고 어색함이 묻어났다. 괜찮다는 나의 말에도 어색함이 피었다.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 본 우리는 너무나도 어색했다. 잠깐의 정적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괜찮아, 늦을 수 있지"

"진짜 미안해. 지하철이 늦을 줄 몰랐어···. 오늘 내가 지각했으니까 저녁은 내가 사줄게!"


레스토랑에 앉아 메뉴판을 보면서 이런 기회는 또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 싶었지만 소개받고 처음 만나는 자리라 긴장해서 식욕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녀의 미안한 마음을 무안하게 만들 정도로 먹고 싶은 메뉴가 없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어서 메뉴판을 훑어보고는 제일 잘 나가는 메뉴를 고른 후 주문했다. 그리고 우린 끊겼던 대화를 이어나갔다.


고민 끝에 고른 메뉴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나면 어떨까?


대화를 할수록 우리의 가치관이 너무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슷할 정도가 아니고 거의 똑같았다. 우리 둘은 하고픈 말이 있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고 챙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배려하는 게 편하고 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까지 모두 똑같았다. 그리고 표정 하나에 기분을 예상하고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격까지. 이렇게 똑같은 우리가 만난다면 어떨까?


MBTI에 따른 내 성향은 외향적이면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감성적이며 공감을 잘한다. 사람을 좋아하며 받는 것보단 주는 거에 기쁨을 느낀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하고 눈치를 본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받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나를 불편해하는 모습이 싫기 때문이다. 배려를 먼저 하고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봐야 비로소 내가 편해진다. 근데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이면 얼마나 불편할까. 서로가 진정으로 행복하는 모습은 보지 못하고 정만 주다 끝날 것이다. 받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한 번의 만남이 끝나고 서로 집으로 돌아갔다. 잠들기 전 서로에게 '잘 자'라는 카톡을 마지막으로 우린 연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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