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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모 Mar 29. 2022

바늘과 비늘

2022.03.26

피곤이 쌓여 입안 곳곳에 혓바늘이 돋아났다

바꿔 말하자면

피곤을 기꺼이 받아들였기에 돋아났다


나는 여전히 긍정을 긍정하진 않으나

줄곧 아름다운 시선을 세상 안에 던졌다가

자신에게 옮기는 이들을 좋아하고 응원한다


어떻게 부정을 긍정하는 힘이 있는 것인가,

내내 의문이 들다가도

살아내고자 한다면 응당 충분조건이 될테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떤 순간부터 대책없이 그들을 모방해보니

혓바늘이 만든 잇몸 위의 궤적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었다

아플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럴 일이었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에 있는 듯

온 생애를 떨면서 보냈을 때는 추웠었다

추워서 자꾸만 비늘이 돋아났었다

비늘은 흉해보였고 그래서 자꾸만 감추었었다


걱정에 떨며 걱정을 자라나게 할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 위로를 했어야 했다

위로는 생의 추위를 녹인다

비늘은 흉터가 아니다


그러므로 삶은 흉지지 않는다

수십 개의 혓바늘로도

수천 개의 비늘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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