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려주오>-1
여보시오
누가 나를 붙잡아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온몸을 꽁꽁 묶어
바다에 던져버리시오
누가 나를 붙들어
두 손을 꽁꽁 묶고
온몸을 줄로 돌려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시오
배를 띄워
큰 배를 띄워
넓은 대양이나
수평선 넘어 큰 바다로 나가
힘껏 들어
나를 던져 버리시오
나는 내려가며
상어와 얘기하고
고래와 얘기하고
며칠을 내려가며
친구들을 만나겠지
마침내 도착한 해저에 누워
비로소 나는 나를 놓고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을 거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그곳에 누워
비로소 나는 나를 풀고
내 몸이 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요
오랜 후
누가 묻거든 그리 말하시오
연자 맷돌 달아 던지지 못하였다고,
다만 그것이 미안하였다고.
그리고 잊으시오
이 땅에 바람 불고 햇볕 내리쬐면
해 아래 새 것 없듯
방랑자 여전히
거친 사막길 회전(回轉)하고 있으리니.
삽화 고현경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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