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어린놈 생일이면 어미는
새벽같이 일어나
미역 불리고 소고기 볶아
감칠맛 나는 국을 끓이겠지
그런 날은 흰쌀밥 소복하고
몇 가지 나물 정도 뚝딱 무쳐
금세 한 상 정갈하게 차려내지
가끔 미리 불려놓은 쌀로 떡도 짓고
상머리 둘러앉은 식구들
생일상 주인을 향해
말없이 대견해하는 아침
바삐 일터로 가는 아비
어깨는 한껏 다정하고
싱겁게 머리 훑고 가는 누이의
잔 손길도 정겨웁고
어서 학교 가라
엉덩이 툭툭 쳐 떠미는 어미의
찡그림마저 정다운 날
가방을 둘러매는 아이의 등 뒤로
아비가
어미가
누이가
덩달아 따라가는 아침
그래서 그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들
내 딸에게 줄 수 있을까
싶어 눈물이 나는 오늘
#생일_유니줌 #김봄 #기윤희 #백만년쯤잠들었다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