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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유진 Jun 05. 2021

악마가 시킬게 아니라 직접 나와야 했다 [컨저링 3]

꽤나 밋밋하게 변해버린 고유의 공포 풀이법

컨저링 유니버스는 입문자에겐 꽤 복잡하다. <컨저링> 만 놓고 본다면 괜찮으나,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스핀오프 <애나벨 시리즈> <더 넌> 등 사건 순서에 관계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나오기에 대체 뭔 이야기인지 본인이 정리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컨저링 유니버스> 정리 영상을 먼저 공유한다.

https://youtu.be/sWY0GvVkF6Q


어쨌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악마와의 대결 <컨저링 3 - 악마가 시켰다> 가 개봉함으로써 '21년의 공포 첫 스타트를 끊었다. 새로운 악령과 돌아온 이번 신작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STORY

배경은 1981년. 강력한 악령에게 시달리던 소년 '다니엘' 을 구하기 위한 워렌 부부의 엑소시즘 과정에서 모두가 그 힘에 억눌리게 되고, 워렌은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다니엘' 을 보호하기 위해 '어니' 는 악령에게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라 외치고, 그 외침에 따라 악령은 이동한다.

이후 악령의 장난질로 인해 환영이 보이고 불안 증세를 보이던 '어니' 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데, 이미 악령이 그에게 이동한걸 알고 있는 워렌 부부는 법정에서 악령에 의한 짓이니 참작해달라 요청한다. 그러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것인가.


전과 마찬가지로 증거를 모아가던 부부는 악령을 만났던 집 바닥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발견하고, 고든 신부의 조언에 따라 정체를 파악해보니 악마를 숭배하는 이들이 저주를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물건임을 알게 된다. 누군가 악마의 제사를 진행하여 이들을 조종했던 것. 대체 누가 그런단 말인가.



악마가 시킬게 아니라 직접 나와야 했다..

공포 영화를 극장에서 여러 사람과 본 게 얼마만이던가. 오랜만에 느끼는 단체 관람의 즐거움은 좋았으나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가 선택한 새로운 루트는 나에겐 매우 밋밋했다.


지금껏 <컨저링> 에서 워렌 부부는 악령과 직접 대면했다. <컨저링> 의 흐름은 평화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뒤, 악령으로 인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받는 모습 → 워렌 부부의 사건 개입 → 드러나는 과거와 악령의 모습 → 사건 해결 순으로 이어진다.

<컨저링> 시리즈의 매력은 마치 추리물을 보듯 하나씩 증거와 흔적을 찾아가는 스릴과 악령의 깜짝쇼, 그리고 통쾌하게 대립하는 선과 악의 모습이 흥미롭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무대가 악령이 깃들어 있는 어느 한 곳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오는 답답함과 공포가 한 몫한다.


그동안 시리즈를 맡았던 '제임스 완' 감독은 이번엔 제작에만 참여하여 그 바통을 넘겼는데..  그렇다면 비슷한 구조를 이어나갈까.


이번 3편은 좀 다르다. 전작들처럼 악령에게 고통받는 이들은 어느 가족 전체가 아니라 특정 인물로 한정되어 있으며 게다가 그 인물은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다. 그리고 악령이 직접적으로 부부와 대립하는 것이 아닌, 그 악마의 힘을 빌려 저주를 내리는 베일에 싸인 누군가가 주요 빌런이다.


그렇다 보니 악령들의 모습 그 자체나 이들을 드러내는 방식은 진부함의 문제라기보다는 공포스럽지 않다. 그저 잠시 동안 조용하다 급작스레 쿵 하고 울리는 현악기 소리가 잠시 심장을 울릴 뿐. 악마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공포 영화의 고유의 무서움은 사라지고 내가 그토록 지루하게 봤던 <애나벨 시리즈> 와 비슷한 모습을 취한다.


추리물도 수사물도, 퇴마 장르도 아니며 꽤나 밋밋한 흐름으로 이어간다. 물론 이번엔 집중해야 하는 대상이 살인을 저지른 '어니' 와 워렌 부부로 한정되어 있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더욱 포커싱 되어 있지만 공포를 근간으로 해야 하는 작품에서 그 근간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아내 '로레인' 은 이런 위험한 삶에 지쳤고, 남편 '워렌' 은 이전 사건에서 입은 상처로 협심증에 시달리고 있고. 패널티가 생긴 것이다.


또한 무대 범위를 넓힌 것이 문제다. 컨저링의 공포는 악령을 탐험해서 풀어나가는 과정, 그 과정 속엔 이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의 교감이 함께 한다. 그러나 3편은 악령에 시달리는 이와는 완전 격리되어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까지 이곳저곳을 다니며 저주를 내리는 그 누군가를 찾다 보니 공포는 분산되어 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신성한 힘으로 싸운다기보다는 부부의 믿음과 운명에 의지하면서 그다지 임팩트도 없는 저주의 주인공, 똑같은 인간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이제껏 컨저링이 쌓아왔던 히스토리와는 그 색깔과 방향이 달라 보는 내내 공포 영화가 아닌 그냥 두 사람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저주받은 '어니' 란 인물이 전작처럼 매우 악랄하고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악행을 저지르며 다니길 바랬다. 그러나 괴기스러운 악령도, 잔인한 이야기도 없다. 그래서 밋밋한 세 번째 작품이 되었다. 악마가 시킬게 아니라 직접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궁금하다. 정말로 악령으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그 사람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아니면 정상참작을 어느 정도 해주어야 하는가. 실제의 '어니' 는 5년을 복역한 후 지금까지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한다. 그런데 잃어버린 그의 5년은 무엇으로 누가 보상해 주는가.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법정에서 선서할 때 신에게 맹세하죠? 그럼 이제 악마의 존재도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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