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발표 후기
올해는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지만, 그래도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를 번역한 덕에 여러 회사에서 발표를 해보는 멋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구글러는 아니고, 개발 현장에서 멀어진 지 좀 되었다 보니 아쉬움은 항상 남았죠. 그래서 발표 시 부족했거나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브런치에 기록해 A/S하고 있습니다. 아직 쓸 이야기가 몇 건 남았긴 한데, 후기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올리고 싶어서 서둘러 적어봅니다.
고맙게도 저를 초대해주신 회사는 총 9곳입니다.
이 회사들은 모두 더 나은 개발 문화를 가꾸는 데 관심이 있는 곳이겠죠? 그 외 두세 곳과 이야기가 더 있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발표 후 이렇게 후기를 올려주신 곳도 계셨습니다.
CRScube -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역자 세미나 후기
발표를 처음 제안해주신 곳은 람다256입니다. 이 책으로 사내 세미나를 진행 중인데, 마무리를 제가 장식해주길 바라셨습니다.
거절했죠. ^^ 저는 번역을 했을 뿐,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무리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재차 요청하시고, 또 발표까지 기간이 넉넉했기에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구글 지인께 상의드리니 “어차피 구글에서도 책 내용을 다 겪어본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하셨고, 실제로 책의 저자 수를 세어 보니 26명이나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약정리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발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만들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떠올라서 덧붙이는 등 재미난 시간이었죠. 그리고 수 차례 예행연습 후 큰 무리 없이 첫 발표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여러 질문에 만족스런 답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완전한 제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예상은 했지만, 시간 내어 들어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할 따름이었죠. 그래서 브런치에 따로 A/S를..
다행히 첫 발표의 피드백이 대체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공개하고 발표 문의를 받았고, 총 9개 회사의 수백 분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멋진 기회의 포문을 열어주신 이재원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분이십니다. ㅎㅎ
Web3 0 기술 동향 및 대응 전략, 국내 기업 사례 - 이재원 람다256 CISO
처음에는 발표자료 하나면 충분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3번째 발표 후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빠르게 훑다 보니 듣는 분들은 상당 내용은 듣는 분들이 크게 관심 없어하거나 충분히 깊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루는 내용을 크게 줄이더라도, 관심 있어하실 내용에 집중하고 소통을 늘리는 포맷으로 바꿨습니다. 간단한 사전 인터뷰 → 발표 자료 수정 → 수정된 자료로 예행연습 → 발표 → A/S 식이 되었죠. 그 결과 발표 자료가 총 5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됐습니다.
좀 쉽게 생각하고 일을 벌였는데, 발표 하나하나에 처음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죠. 예약은 되어 있고, 대충대충은 제 성격에 맞지 않으니까요.
회사마다 공통되게 느껴지는 분위기도 있고 차이도 있었습니다. 차이점은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고.. 공통점 하나만 간략히 적어봅니다. 이는 개발 회사뿐 아니라 제가 경험한 다른 조직도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주니어들을 이끌어줘야 할 시니어분들이 상대적으로 변화에 가장 시큰둥한 느낌이랄까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제 나름의 썰은 대강 이렇습니다.
조직에서 리더는 성장이라는 압박을 가장 크게 받는 위치일 겁니다. 이를 사업적으로 풀 수도, 정치적 혹은 기술적으로 풀 수도 있겠죠. 그리고 구성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좋은 해법입니다. 저를 부르신 리더분들은 모두 저보다 경험과 고민을 많이 해보신 분들일 테니, ‘선진 기술을 배운다’라는 측면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자극을 준다’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리더가 변화에 관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저를 부르지도 않았겠지요. ^^
시니어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주니어분들은 대체로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나 엔지니어라면 구글 같은 선진(?) 회사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가 생길 겁니다. 현재 조직에 아쉬움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고요.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고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싶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시니어가 되어 가면서 주니어 때의 적극성이 점차 식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 주니어 때의 저는 너무 설치기도 했고요. ㅎㅎ 찾아보면 원인은 다양할 거 같습니다. 사람이나 조직이 쉽게 변하지 않음을 많이 경험해 지쳐 있거나, 이미 많은 걸 시도해보고 지금의 방식에 큰 불만을 못 느끼거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거나, 관심사의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적다 보니 이 주제는 따로 글을 하나 써도 될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을 기약하죠.
어쨌든 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안착시키려면 되도록 많은 시니어를 적극적인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겠습니다. 리더분들이 풀어야 할 숙제겠네요.
발표를 거듭하면서 잊고 지내던 옛 생각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궁금해하시는 점들도 교집합이 생겨갔습니다. 하지만 항상 부족했습니다. 오랜 세월 개발 현장에서 떨어져 지냈기에 매울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렸죠. 더 생생하고 더 깊게 고민한 이야기를 전해드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어차피 지금 회사는 떠나기로 이야기됐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이 고민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실 더 많은 엔지니어 분들을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벌여놓고 일들 마무리부터 해야 합니다. 발표에 생각보다 시간을 엄청 써서 다른 일들이 좀 밀렸네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그때까지도 제 이야기를 원하시는 곳이 있다면 뵙기로 하죠.
책을 읽어 보신 두세 분 정도와 카페에서 한두 시간 떠드는 정도의 만남은 괜찮을 것도 같습니다. 대신, 따로 준비 안 하고 가볍게..
마지막으로
저를 초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뜻하신 성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