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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앞맵시 이복연 Aug 21. 2023

이직의 기억: 1부. 개발자 → 편집자 → 그다음은?

또 한 번의 이직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제가 걸어온 길을 간략하게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다음과 같이 '이직의 기억'은 총 3부작입니다.



1부인 이번 글은 다음 두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입니다.


1. 개발자를 그만두고 편집자가 된 이유는?

2. 다음 목표는?


개발자에서 편집자로

제 경력을 크게 토막 내 보면, 절반은 개발자로 살았고 나머지 절반은 편집자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뵙는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개발을 그만두고 편집자가  이유입니다. 편집자가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개발자로서 사회에 발을  딛었을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당시 설계한  인생 로드맵과 관련이 깊기 때문입니다.


인생 로드맵

저는 어려서 상상하기를 즐겼고, 프로그래밍은 내가 상상한 것을 가상의 세계에서 이룰  있는 멋진 도구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2  진로를 컴퓨터 쪽으로 정했고, 3 담임 선생님의 권유를 뒤로하고 컴퓨터학과진학했습니다. … 대학을 마치고 개발자로 대기업에 취업할 당시의  인생 로드맵은 이랬습니다.



품질 보증부터 시작한 이유는 어디 가서든 “이 제품은 내가 만들었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까지도 부끄러울 게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구루(guru) 개발자로 성장하여 노년에는 후진 양성에 힘쓰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새로 익힌 것을 발표하고 내가 만든 것을 정리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었으니, 이 역시 제 성향에 잘 맞는 인생의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여 년 후 저는 개발을 그만두고 편집자의 인생을 걷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갑툭 편집자?

편집자로 전업할 당시, 저는 대기업 생활을 접고 스타트업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 정신이 많이 피폐해진 상태였는데, 마침 인연이 있던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뽑는다더군요. 처음에는 주변인을 추천할 생각으로 공고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웬걸! 제가 지원하면 딱이더군요. 하지만 연봉을 절반 가량으로 낮추면서까지 업을 바꾸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겠죠?


제가 편집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크게 세 부류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1. 걸어온 길에 대한 회의감

2. 인생 목표를 조기에

3. 출판의 장점


걸어온 길에 대한 회의감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자 시절에는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2편에서). 우선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제품화까지 이어진 경험이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을 느끼기 려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은 스타트업 시장에 뛰어든 후 겪은 치열한 정치 싸움에 대한 거부감이었습니다. 작은 이권에 서로 헐뜯고 뒷통수 치고 이용하려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인생 목표를 조기에

제 인생 로드맵의 최종 목표는 후진 양성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나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으려 하였죠. 그런데 계획과 다르게 다양한 분야를 얕게 다루는 쪽으로만 커리어가 쌓여갔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내가 고수가 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점점 줄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니 다른 길이 보였습니다. 스스로가 대가가 되는  수단일  목표 자체가 아닙니다. 반드시 내가 주인공일 필요는 없는 것이죠. 한편 출판은 수많은 업계 고수들의 지식과 성찰을 엮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출판의 장점

제가 느낀 출판의 장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개발에 비해) 짧은 주기로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 텍스트 자체가  제품의 핵심이므로,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개발은 겉은 화려하지만 코드는 엉망이기 쉽다.)

-  제품 각각이 최소 수백 명의 삶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제품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고, 내면까지  품질 기준에 부합하도록 만들  있고, 무엇보다  제품들이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출판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거진 10년이 흘렀습니다.


인생 3막은?

개발 10년, 출판 10년. 그다음 10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입니다. 다시 개발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출판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또 다른 길을 찾아 떠나야 할까요?


저는 여전히 사람들의 성장에 기여할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교육 혹은 성장과 관련한 일을 찾고 싶습니다. 출판도 이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계속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마음에 드는 새로운 업을 단번에 꿰찰 수 없다면 디딤돌을 몇 개 거쳐야 하겠지요. 이 점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묵혀뒀던 일들이 최근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서, 이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시간이 됐습니다. 우선은 책을 좀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행사장도 가보고, 취업 시장에도 문을 두드려봐야겠네요.


이어서 2부에서는 개발자 시절 이야기를, 3부에서는 편집자 시절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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