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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료들에 대한 생각

by 하루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를 만났다. 나름 친하게 지냈던 동기였는데 어느덧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 모임을 하게 됐다. 결혼식에는 예전 동기들이 많이 올 거라고 했다.


어쩌다 보니 대부분의 동기와 이제 연락을 끊기게 되었고, 몇몇 연락하던 친구들도 직장을 옮긴 지 3년 정도 되어가니 사이가 드문드문 해졌다.


친하지 않고 어색했던 사람, 친하지도 않고 서로 피했던 사람들의 이름도 순간 떠올랐다. 생각해 보면 지금 마주 치 저라도 아무렇지 않아야할텐데 어쩐지 마음속에 불편한 감정이 떠올랐다.


아직도 나는 그분들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걸까. 지금도 TV나 뉴스에 종종 전 직장 얘기가 나올 때면 눈길이 한번 더 가게 됐다. 너무 잘되어도, 너무 못되어도 마음이 불편했다. 한 때는 평생을 그곳에서 일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동기들 중 거의 제일 먼저 옮기게 됐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무엇을 잘 못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잘 못한 것보다는 원래 그 정도 관계였기도 했다. 직장을 떠나고 나니 상황이 명료해졌기 때문이다. 40명 가까운 동기들 중 이제껏 사적으로 연락했던 동기들이 없었고 내가 회사 내에서 밥을 산다거나 할 때 연락하면 같이 먹었던 동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그러한 수준의 관계였었는데 애처로이 내가 조금 더 친하게 지내자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타블로가 한 말이 떠올랐다.


“현재 본인이 인정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면 환경을 바꿔보면 달라질 수 있거든. 환경에 따라 본인이 돋보이는 곳이 달라질 수 있어.”


내가 회사를 떠났던 건 업무적으로도 그랬지만 사람들 속에서의 인정받지 못함, 동기들과의 관계적인 아쉬움도 꽤나 컸다. 덕분에 새로 온 회사에서는 나름의 인정을 받고 있고 동기들과의 관계도 나름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다.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갈망하거나 아쉬움을 갖지 말고 주어진 것들, 현재 마주치는 존재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옛 동료들의 떠올리며 생긴 그리움과 아쉬움을 이렇게 마음에 접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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