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을 하면 좋은 점
모처럼 집 근 처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
주말도 종종 바쁘게 보낸 날이 많았는데, 오늘은 빈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늦은 아침을 먹고 오랜만에 헌혈을 하러 가기로 했다. 헌혈은 사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나름 꾸준히 해왔다. 훈련소에 있을 당시, 약 6주간의 시간을 보냈는데, 한 2-3주간 동안 단 것을 거의 먹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는 그렇게 거들떠보지 않았던 단 것들, 예를 들면 건빵 같은 것에도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단 것을 주어도 잘 먹지 않지만, 그때는 그 건빵을 씹으면 나오는 은은한 단 맛이 너무나 맛있어서 건빵을 무지하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훈련소에 헌혈버스가 온다고 했고, 헌혈을 하면 초코파이를 준다고 하였다. 그 소식은 당시 내게 마치 찬송가가 울리는 소식과도 같았다. 당시에는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 헌혈을 너무 기쁜 마음으로 하였고, 그때 먹은 초코파이와 이온 음료의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그렇게 제대 후에도 종종 헌혈을 하곤 했다.
학교 근처에 헌혈의 집이 있었는데, 토요일 오전에 들르면 나 말고도 꽤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러 갔다. 당시에는 초코파이를 엄청 먹고 싶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헌혈을 하다 보면서 본 팸플릿에서 우리나라에 환자에게 필요한 혈액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시기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지금도 헌혈 수급량은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래는 2023-11-25일 기준, 혈액보유현황인데, A, O형의 경우 4.0일과 3.9일 정도로 남은 혈액량이 많지 않다. 나는 AB형에 해당하는데,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에 속했다. 5일분 미만부터 관심 단계임을 고려하면 A,0형의 수급량은 넉넉하지 않은 편인 것 같다.
헌혈의 집에는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헌혈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계셨다.
자녀 분들과 함께 오신 가족단위 분들도 있었고,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어린 학생들도 있었다. 바쁜 시간을 내서 헌혈을 하러 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 차례가 되자, 채혈 준비를 하였다. 왼쪽 팔의 혈관을 관통할 주사가 두려웠지만, 아픔은 따끔하는 순간에 끝났다. 주삿바늘이 두꺼운 것 같아 쳐다보지는 못했지만, 노련한 간호사님의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순식간에 내 혈액은 혈액통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 같은 경우는 전혈을 했다.
사실 혈소판이 좀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전에 혈소판으로 했을 때 어지러움을 느껴서 그 이후로는 전혈만 하기로 했다. 안내문을 읽고, 레드 커넥트 앱을 확인하며 나의 헌혈 횟루를 체크했다. 요즘은 이렇게 편리하게 헌혈 횟수도 체크돼서 많이 편리해진 것 같다. 10~20분 정도 지났을까 수혈을 마치고 자리에서 잠시 쉬었다.
중간에 미국도 갔다 오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헌혈을 쉬었으나, 오늘 헌혈을 하면서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헌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오신 분들을 보면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어린아이들과 손을 잡고 오신 부모님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요즘 미디어 상에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담론들에 많이 노출되곤 하는데, 오늘 헌혈의 집을 가서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며 긍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아웅다웅하는 사회'보다는 '남들에게 하나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사회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많은 분들이 보이진 않는 음지에서 조용히 남을 위해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것에 감동하며 짧은 헌혈의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록 초코파이 때문에 시작한 헌혈이지만, 지금은 혈액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큰 보람을 느끼며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