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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마일리지

적립하여 사용하는 성장의 원동력

by 조아

지난 5월 달리기에만 집중하고 싶어 글쓰기 휴식기를 가진 덕분에 달리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물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욕심대로 다 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하지 못했던 느낌이 팽배했는데 이 시간 동안에는 단 한 번도 그런 느낌이 든 적이 없다. 이런 것을 보면 난 멀티 태스크가 아닌 싱글 태스크가 더 맞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고, 달리기와 회복 이 두 가지에 집중하며 오늘의 달리기를 하고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했다.


달리기를 한 후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하면서 점점 체감하게 된 사실은 러너에게 있어 잠은 정말 보약이라는 것이다. 전에는 달리기, 책 읽기, 글쓰기 모두 다 잘하고 싶어 욕심을 내다보니 수면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늦게 자는 날도 많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의 연기는 그 어떤 것으로 제어하가 어렵기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글을 쓰기도 했고, 자다가 인증 시간이 임박하는 꿈을 꿔서 급히 일어나 글을 쓴 적도 있다.


꿈 덕분에 인증 시간을 넘기지 않았지만 달콤한 잠에서 깨어 새벽 5시가 되도록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꼴딱 밤을 새운 후 출근한 적도 있다. 이런 상태라면 일찍 퇴근해 부족한 잠을 청해야 했지만 기어코 오늘의 달리기를 하겠다는 무모한 의욕을 불태우며 달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일 정도로 몸의 회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달리기를 했다. 그러다 화룡점정으로 중간고사를 응시하지 못 한 사건이 발생하며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다.



달리기 하나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30일 매일 달리기'에 도전했다. 작년 8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부터 꿈꿨던 매일의 달리기, 초보일 때는 이것이 독인 줄도 모르고 허망한 꿈을 꾸며 지친 몸을 이끌고 달리기를 했던 지난날을 정말 후회한다.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을 입지 않았기에 지금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지 만약 그때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아마 달리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다져진 체력을 불태우며 이 악물고 버틴 것뿐이라 생각한다.



회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전혀 몰랐던 무지 덕분에 몸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철없이 달렸던 시간은 헛되지 만은 않았던 것은 차곡차곡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 223.4km를 달리면서 두 번째 200km를 달렸던 경험으로 5월에는 처음으로 월 300K를 달성하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30일 매일 달리기에 도전했지만 다짐과는 달리 정말 힘들었다. 매일의 달리기를 처음 했을 때와는 다르게 몸의 회복 정도를 하루하루 점검하며 매일 똑같은 거리가 아닌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달렸기에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월말이 될수록 피로도가 누적되어 목표를 코 앞에 두고 달릴 수 없는 심정은 나약한 모습과 부족한 실행력을 탓하기에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두 번 220km의 거리를 달린 주제에 마라톤 풀코스 도전자들이 연습하는 월 300K를 넘본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고 욕심이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음에도 회복의 속도가 더딘 몸상태로 강행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6월에 참가할 예정인 하프 마라톤에 참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체력을 기르고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한 발자국 물러섰다.



말로는 페이스와 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고 하지만 달릴 때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거리에 대한 욕심을 조절하기 정말 어렵다. 특히 달리기 마일리지에 대한 욕심으로 변하여 빠른 시간 내에 거리를 채우고 싶다는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특히 올해 목표 중 하나인 나이키런클럽(NRC) 러닝 레벨을 블루에서 퍼플로 하루 바삐 바꾸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달리기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그 속도가 빠르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10km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1km부터 완주해야 하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번은 챗GPT에게 나를 소개할 때 달리기 마일리지를 언급했더니 꾸준함을 가진 러너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의 느낌처럼 달리기는 시간과 꾸준함이라는 변수가 만들어내는 함수의 마법이다. 이 함수에는 페이스와 거리라는 변수는 결과일 뿐 함수의 연산 과정 속에는 존재하지 않기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초보 러너는 이런 당위성을 물론 과정의 재미와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하고 결과에 집착할 때가 많다. 결과에 집착하면 할수록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본질을 잃어버릴 뿐인데 이것을 잘 모르며 혹여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페이스와 거리에 집착하게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매일 달리기를 할 때마다 페이스와 거리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연습한다고 이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참 다행이겠지만 연습의 횟수와 관계없이 마치 자석의 S극과 N극이 붙은 것처럼 절대 떨어질 줄 모르는 욕망 덩어리를 분리하는 작업은 연습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울수록 다시 생각나고 또 생각하는 것이라 그냥 '달리기 마일리지'로 승화해서 관리하기로 했다.



누적 달린 거리를 굳이 마일리지라는 개념을 빌려 표현하는 이유는 적립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적립을 쌓는 개념도 있지만 사용의 개념도 있기에 단순히 누적 거리보다는 달리기 마일리지를 어떤 형태로는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아직 적립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용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특히 이 마일리지를 자양분으로 삼아 초보 러너에서 중급 러너가 될 것이라는 확고한 느낌이 든다. 사실 30일 매일 달리기를 하며 성장했다는 강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어 더욱 확고해졌다.


단순히 러닝 레벨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달리기 마일리지가 높아질수록 성장의 계단을 한 계단 더 올라간다는 느낌이 강해지며 실제로 성장함을 체감하면서 마일리지를 쌓아가면서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기쁨을 누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달리기가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행위의 연속이 아닌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드는 강력한 원동력이 바로 이 성장의 기쁨이다. 작년 8월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리를 완주한 후 거친 숨을 정리하며 느끼는 감정이자 내일은 더 편하게 더 즐기며 달릴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굳이 월 300K의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해 매주 한 번 21K 달리기 훈련이 익숙해지면 점점 거리를 늘려 30K, 폴코스 달리기 훈련을 할 것이다. 올해 10월에 개최 예정인 경주 국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하며 더 많은 달리기 마일리지를 쌓으며 이 마일리지가 성장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모으려고 한다. 처음 러너의 겨울 보낸 후 느꼈던 아주 작은 성장의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달라기 마일리지를 쌓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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