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꾸준함이 내 달리기를 다시 바로 세운 순간
부단히런에서는 매일 자신이 달린 기록을 인증한다. 처음에는 그 인증조차 버거웠다. 달리고, 기록을 정리하고, 인증까지 마치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여유가 생겼고,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기록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달리기를 이어 간 흔적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하다. 비교할 수도 없다. 처음에는 1분도 달리지 못하던 사람이 10분을 달리고, 30분을 달리고, 마침내 1시간 달리기에 성공하는 과정을 매일의 인증으로 마주할 때면, 꾸준함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 힘은 공포가 아니라 자극에 가깝다. 그리고 경외에 가깝다. 쉽게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 내는 내 안의 나태함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경종을 울린다. 어쩌면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이런 순간들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인증에는 약간의 강박도 따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일상의 자연스러운 리듬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드나들듯, 나 역시 하루에도 여러 번 부단히런 단체 채팅방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증 하나가 있었다. 한 러너의 기록이었다. 그분은 매일 달리고 있었다. 나 역시 예전에 매일의 달리기를 인증하기 위해 부단히 애쓴 적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그저 비슷한 마음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두 달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니 점점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동기로 저렇게 꾸준히 달릴 수 있을까. 우연히 그 이유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매일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이 회복에 무리를 주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고 나니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분은 오랜 시간 필라테스를 해 온 분이었고, 코어의 힘이 남달랐다. 제주 전지훈련에서 직접 함께 달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 비밀은 금세 이해되었다. 달리는 자세만 보아도 균형이 잘 잡혀 있었고, 정확한 수치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케이던스 또한 무척 안정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의 준비 정도였다. 오랜 시간 필라테스로 다져 온 기초 체력과 균형감각, 그리고 뛰어난 회복 능력이 있었기에 다른 러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는 보강운동도 매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적잖이 뜨끔했다. 나는 그동안 보강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못했다. 달리기 자체에만 집중한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훗날 나 역시 매일의 달리기를 꿈꾼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나도 매일 보강운동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보강운동은 달리기보다 덜 눈에 띈다. 기록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누군가의 박수를 받는 일도 드물다. 하지만 달리기 훈련에 앞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초가 결국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든다.
이제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니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하루하루 반복하며 달리기의 기초를 더 단단히 쌓아 가고 싶다. 그렇게 꾸준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 역시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으로 매일의 달리기를 이어 가는 진정한 러너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