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역, 하나의 도시

창원이라는 이름 아래 겹쳐진 시간의 층위

by 조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시에는 그 도시의 이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것들이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 부산대학교, 창원대학교와 같은 교명과 서울역, 부산역, 경주역 등과 같은 기차역의 이름만 보아도 어느 도시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부산에 40년 가까이 살면서 가장 많이 마주했던 이름 중 하나, 부산역. "새마을호"라는 기차가 가장 빠르다던 시절부터 이곳을 이용했고 지금의 모습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부산역을 꾸준히 이용해 왔다.


KTX, SRT라는 더 빠르고 쾌적한 기차가 탄생하면서 그 빠르다던 새마을호는 어느새 느림의 대명사로 위치를 옮겼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는 새마을호를 보면서 어릴 적 부모님과 외갓집을 갔던 기차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창원에서 다시 근무하면서 창원역에 대한 한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바로 창원중앙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창원역으로 갔던 나의 실수였다. 이름도 비슷한 창원역과 창원중앙역. 다행히 기차 출발 전 창원중역으로 돌아와 제때 탑승할 수 있었는데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창원에는 KTX역이 두 개일까?"


창원중앙역은 지금의 창원을 대표하는 KTX 역이다. 성산구 중심에 위치하고, 접근성도 좋다. 이곳은 ‘계획된 도시’ 창원의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산업단지, 행정 중심, 직선의 도로, 사람과 물류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구조 속에서 이 역은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창원에는 또 하나의 역이 있다. 창원역. 이곳은 조금 다른 시간을 품고 있다. 처음부터 KTX를 위해 만들어진 역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지역의 흐름을 지켜 온, 생활의 리듬에 가까운 공간이다. 창원중앙역과 창원역은 단순히 기능이 다른 두 개의 역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다. 하나는 계획된 도시의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 쌓이며 형성된 흔적이다.


창원은 하나의 도시이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도시들이 겹쳐져 있는 곳이다. 옛 마산과 진해,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창원. 그 흐름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지금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하나의 중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가 남아 있다.


KTX는 속도의 상징이다. 가장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교통수단, 가장 효율적인 경로 위에 놓인 시스템.


그런데 창원에는 그 효율 위에 또 다른 층이 겹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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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흐름.

이미 존재하던 생활의 축.

쉽게 지울 수 없는 공간의 기억.

그래서 이 도시는 하나의 역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창원에 KTX 역이 두 개라는 사실은 단순한 교통의 문제가 아니다. 이 도시는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서로 다른 시간, 서로 다른 구조, 서로 다른 흐름이 겹쳐지며 만들어진 도시.


창원대로라는 직선으로 뻗은 도로 위에서 두 개의 역을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도시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모여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 도시의 아침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의 도시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들이 겹쳐져 있다.


왜 창원에는 KTX 역이 두 개일까?


어쩌면 그 답은 단순하다.

이 도시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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