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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Jul 04. 2024

야생의 순례자 눈에 비친 북극

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일본 동경 간다 거리, 한 중고책방에서 처음 본 한 장의 사진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이 있다. 당시 스무 살도 안 되었던 그는 그 사진 속 마을 촌장에서 편지를 보내고 몇 개월 뒤 답장을 받고 그토록 갈망하던 그곳으로 떠난다. 6월 나를 뜨겁게 달구었던 호시노 미치오의 이야기로 알래스카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 그리즐리를 너무 좋아해서 그리즐리에 의해 알래스카의 정령이 되어 버린 그의 이야기는 나도 그처럼 알래스카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로드 트립에 대한 꿈을 꾸게 되면서 꼭 알래스카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알래스카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고 그곳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호시노 미치오도 호기롭게 쉬스마레프 마을에 가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알래스카를 하나씩 알아갔다면 몇 개월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이주 준비를 하고 알래스카에 돌아와 알래스카 대학교 야생동물관리학과에 진학하여 알래스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단순히 한 대상을 동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대해 알아가고 연구하는 그의 자세는 진정한 동경의 태도를 알려주었다. 나도 그처럼 알래스카에 대한 동경을 품으며 알래스카를 하나씩 알고자 하는데, 호시노 미치오가 알래스카를 처음 공부하던 때와는 달리 내가 알고 싶은 단어만 입력하면 방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틈나는 대로 알래스카에 대해 검색하고 앞서 그 땅을 밟았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는다.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나의 동경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이 배움의 자극제가 되어 알래스카의 모든 것을 알도록 부추긴다. 알래스카 여행, 알래스카 자연에 대한 것을 알아갈 때마다 호시노 미치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생각해 보면 미지의 대상을 알아간다는 것처럼 신비로운 체험은 없을 것이다. 호시노 미치오의 저서를 보면 항상 언급되는 책이 있는데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이다.


 1860년에 태어난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은 스코틀랜드계 캐나다인으로 후에 미국에 귀화한 작가이자 야생화가이다. 그의 업적 중 잘 알려진 것은 미국 보이스카우트 협회를 설립한 것으로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이렇게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가진 이유는 유년기를 보냈던 캐나다 온타리오의 산림지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숲은 그의 놀이터이자 배움의 장소로 그의 눈에 비친 자연의 모든 것은 신비 그 자체였을 것이다.


 자연을 보고 관찰하고 스스로 삽화를 그려 완성한 <내가 아는 야생동물(시턴의 동물기)>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그는 사실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숲으로 도망갔고 그곳에서 두려움을 치료하고 화가를 꿈꾸었던 인생이 야생동물 연구자로 바뀌었다. 사진 기록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왕립 미술학교를 다녔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던 시턴이 직접 그린 삽화는 1890년에서 1905년 사이에 절대 내가 볼 수 없었던 120년 전 알래스카의 모습을 보며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알래스카의 이곳저곳을 직접 다니며 눈으로 본 것을 그의 기록에는 원주민의 세계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것을 글과 그림으로 담았으며 이 자료는 <내가 아는 야생동물>과 <아주 오래된 북극>이란 책이 되어 호시노 미치오가 여러 번 탐독하며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수도 없이 읽은 알래스카를 알고자 하는 사들에게 입문서와 같은 역할을 했다. 알래스카 원주민이 아닌 이방인의 시선으로 직접 체험한 이야기가 담긴 그의 책 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을 것이다.


 시턴이 전하는 120년 전 알래스카의 모습과 지금은 모습은 분명 다르다. 시턴이 바라본 때도 모피상의 탐욕으로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급감하는 일이 있었고, 그때는 쉽게 관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도 있을 것이다. 시턴은 자연을 돈벌이 수단이나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자연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였다. 이는 학대를 피해 도망갔던 어린 자신을 말없이 받아주고 보호해 줬던 자연에 대한 보답이자 의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시턴처럼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자 우리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더 이상 알래스카를 파괴하는 행동을 할 수 없다. 120년 전, 알래스카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시턴의 자세를 가진다면 적어도 알래스카가 사라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탐욕 없이 자연에 대한 동경, 순수함으로 알래스카를 관찰한 시턴처럼 알래스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싶다.



동물학자 시턴의 아주 오래된 북극 /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 한겨레출판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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