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고작 2km 거리를 풀코스처럼 달렸던 내가 드디어 내일이면 난생처음으로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매우 긴장되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지난 토요일 문고리 마라톤 하프를 완주하고 무리해서 오환과 몸살을 앓은 후부터 달릴 때마다 머리가 울리는 것이다.
한때 편두통을 달고 살았기에 조금만 머리가 아파도 늘 타이레놀을 먹어왔지만 타이레놀이 간에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아무리 두통이 와도 웬만하면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약을 먹지 않고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을 주며 기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목요일 기다리던 대회 유니폼이 배송되었는데 색상부터 재질까지 상당히 맘에 들었는데 한 번 착용하고 달려보니 땀이 잘 말라서 흐르지 않게 도와주는 기능성 재질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입으면 딱 좋은 옷을 구한 것 같아 기분이 더 좋았다. 앞으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러닝 티셔츠를 받게 될 것이지만 처음 참가하는 대회에서 받은 것이라 특별히 더 마음에 들었다.
배번과 기록용 팔찌를 잘 챙겨 두고 안내 책자에 있는 대회 코스를 유심히 보았다. 한 번 답사를 다녀오기도 했고, 사회인 야구를 할 때 자주 갔던 곳이라 누구보다 익숙한 곳이라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항상 달릴 때마다 머릿속으로 코스를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코스의 노면 상태를 잘 알고 있어야 미리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비 오는 날에는 웅덩이가 있는지 없는지까지 확인한다.
태풍의 영향으로 11월의 첫날부터 많은 비가 내렸는데 대회 안내 문자가 와서 코스가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반환점이 줄어들어 조금 더 간편해졌지만,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처럼 머릿속에 내가 달릴 코스 떠올리며 달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방향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배가 아니라 내가 나아갈 방향을 알고 달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컨디션 회복이다. 오한과 몸살을 앓은 후로 좀처럼 회복이 더뎌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내일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변함이 없다. 아직 대중교통으로 갈지 차를 타고 갈지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일 새벽, 컨디션을 확인하고 결정할 예정이다.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며 최대한 오늘 몸을 풀어줘야 컨디션 회복이 빠를 것이다.
비록 처음 참가하지만 지금까지 런데이 가상 마라톤으로 열심히 연습했기에 긴장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문고리 마라톤 18km 구간에 접어들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제부터 정신력 싸움이야”라고 말했던 것처럼 멘털을 강하게 부여잡고 10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며 온전히 즐겨야 할 것이다.
출병을 기다리는 장수처럼 두렵고 떨리는 마음속에서도 온전히 나를 믿고, “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내일 결승선을 환한 미소로 통과하는 나를 상상한다. 이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보낼 예정이다. 이제 못 맞이하게 될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오늘의 나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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