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언제까지 존재할까
나는 은행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이다.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모든 은행 업무를 해결할 수 있기에 해외여행을 갈 때면 환전을 위해 오는 것은 제외하면 은행에 갈 일은 없다. 예전에는 공인인증서를 갱신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공인인증서도 잘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에 정말 은행에 갈 일 자체가 없는 편이다.
카카오뱅크나 토스와 같은 인터넷뱅킹 시스템이 활발해지면서 한 때는 은행업을 중심으로 한 메이저 금융지주도 의기 의식을 느끼기도 했지만, 금융지주도 이런 변화의 트렌드에 합류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점과 창구 업무를 축소하고, 디지털화하면서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요즘 통장으로 거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은행을 갈 때마다 통장 정리를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의 결제 기능이 다변화되면서 실물 신용카드를 굳이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지갑의 수납력과 디자인이 달라진 배경은 신용카드와 적립카드의 디지털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은행에서 할 수 업무가 카드 발급만이 아니겠지만, 이런 지갑의 디자인과 형태의 변화를 보면 이제 현금보다 다른 결제 수간이 더 보편화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은행이란 단어를 떠 올릴 때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받던 시절이 떠오른다. 어떤 수업시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강사님께서 “만약 은행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으로 무제한 토론을 하였는데, 이 질문을 들은 나를 포함한 동기들의 표정은 ‘설마 그럴 일이 생길까’하는 의구심이 가득하였다. 한 동기가 지점이 없는 은행이 출현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는데 아무도 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당시 취업 준비생에게 선망의 직종인 은행이 과연 사라질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에 강사님의 질문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강사님은 미래를 내다보신 분처럼, 은행은 30년 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하셨고 그때로부터 약 20여 년이 지난 요즘 은행은 지점수를 줄이며 통폐합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고, 동기의 말대로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하여 입금, 송금, 대출 등의 일반적인 은행 업무가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다.
현금이라는 화폐가 가지는 거래와 교환 능력도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만약 현금이 사라진다면”이라는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이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은 없지만 정말 현금이 사라질지도 모른 것 같은 막역한 느낌이 든다. 무엇이 거래와 교환의 수단으로 사용될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유능한 발명품 중 하나인 화폐도 과거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금성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그 역할이 바뀌며 은행이라는 공간의 의미도 변할 것이다. 지금처럼 창구가 많을 필요도 없을 것이며 대부분의 식당에서 메뉴판을 보고 사람이 일일이 주문을 받는 것이 아닌 키오스크를 통해 고객이 직접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처럼 창구 업무도 면대면이 아닌 키오스크와 같은 형태로 바뀔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은행 업무를 보면서 신입사원 연수 때 나의 뇌리를 흔들어 놓았던 질문이 떠올라,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현재의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음으로 여기는 세상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 전혀 알 수 없었던 세상이라 두려움과 불안에 떨 수도 있겠으나, 미래는 현재에서 비롯된다고 믿기에 현재를 살아가며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든다면 두려움과 불안보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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