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신경성기절이란 경험
요즘 잠자는 것이 많이 힘들다. 12시 넘어 자도 새벽 3시가 넘으면 알람도 없이 깨는 일이 많아, 잠자리도 바꿔보고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푹 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민이 전해주는 몸의 상태도 회복이 더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아침에 달리기는 것도 부담이 되어 요며칠동안 아침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오늘도 새벽4시부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달리기를 하러 나갈까 고민했다. 날씨가 춥지는 않았지만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침대에 누워서 쉰다고 한들 회복되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조금 더 고민하다 오늘마저도 달리지 않는다면 이번 달에 달리기를 포기할 것만 같아서 급히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여서 춥지 않았다. 가볍게 웜업을 할까하다가 안 그래도 늦게 나왔는데 웜업까지 하면 달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웜업을 하지 않고 천천히 달렸다. 단 한 번도 웜업을 하지 않고 달린 적이 없기에 매우 어색했지만, 늦게 밖으로 나와 조금이라도 더 달리고 싶은 마음에 천천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달리기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소변이 너무 마려워 어쩔줄 모르다가 내가 달리기를 하던 지점과 1.5km 정도 떨어져 있는 공중 화장실이 생각나서 방향을 바꿔 화장실 방향으로 달렸다. 노상 방뇨를 할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실행하지는 못했다. 방광에 힘을 주고 열심히 공중 화장실을 향해 달렸고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도달할 수 있었다.
꾹 참았던 소변을 급히 해결하는 데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며 순간적으로 기억을 잃었다. 귓가에 맴도는 노랫소리와 함께 어떤 할아버지께서 나를 깨우고 있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면서, 이내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바닥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께서는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했다고 말씀하시며 조금 앉아 있다 가라고 하셨지만, 아침부터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급히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조금 어지러웠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렸고, 1km 정도를 더 달린 후 잊지 못할 달리기를 마쳤다. 숨을 고르며 쿨다운을 했고, 무엇때문에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학부 시절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리며 검색을 해보았는데 내가 의사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은 '미주신경성실신'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미주신경은 뇌신경 중 숨뇌에서 나오는 신경의 일종으로 감각이나 운동, 분비를 조절하는 부교감 신경의 구성 요소이다. 미주신경성실신은 실신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고 하는데 심장 자체 이상이 없지만 여러가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생겨 발생한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혈압이 낮아지며 정신을 잃는 경우가 많다.
미주신경성실신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원인은 대소변을 오래 참았을 때나 장시간 서있을 때, 과격한 운동을 할 때 등 다양한 경우에 발생하는데 오늘 아침 나의 상황을 살펴보면 소변을 참았고, 웜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달리기를 했기 때문에 일어났지 않았을까 예상해본다. 소변을 본 후 뒤로 넘어졌던 순간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목이 조금 결린 것 빼고는 특별한 외상 증상이 없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매우 찝찝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연차를 쓰고 하루 쉴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상태가 심각한 것 같지는 않아 서둘러 온수 샤워를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을 때 나를 깨워주신 이름 모를 할아버지께 감사하며, 순간적으로 기절한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외상이 없다는 사실에도 감사하며 더욱 건강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과일 단식에 집중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로 회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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