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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Dec 09. 2024

샐러던트의 기말고사

기말고사 후 찾아온 소회

 지난 주말부터 시작한 기말고사, 오늘 마지막 리포트 제출을 끝으로 1년 만에 다시 시작한 학기가 끝났다. 만약 대학생이었다면 오늘은 밤새도록 놀면서 내일은 실컷 늦잠을 자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했겠지만,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속의 외침을 외면하며 출근길 차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보통의 직장인인 나는 한 시라도 빨리 잠자리에 들어야만 한다.


 괜히 6과목이나 들었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기말고사를 무사히 치렀고 성적을 떠나 휴학까지 생각했던 과거의 유혹을 이겨내 학기를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중간고사 때는  감정코칭 교육 시간과 겹치고 정신없이 바빠서 시험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다행히도 기말고사는 2주 동안 준비할 수 있어서 여유롭게 칠 수 있었다.


 영상 촬영을 하고 상담 일지를 써야 하는 기말 과제가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리포트의 질을 떠나 내 힘으로 작성해서 마감 시간 전에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잊고 있었던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기적을 느끼면서 마지막 퀴즈도 잘 마무리했다.



 사실 일요일 아침, LSD 훈련을 할까 고민하다 기말고사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 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일상의 루틴인 달리기마저 포기하고 준비했던 기말고사이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금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아는 문제를 틀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자책하는 것도 잠시 학기가 끝났다는 생각을 하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100점을 받기 위해 어떤 대가 지불도 마다하지 않고, 오직 100점 만을 위해 살았지만 인생을 40년 넘게 살아보니 다 부질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내가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순간을 잊지 않는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 간판을 보고 입학한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평생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중간고사 때는 감정코칭 교육 일정과 겹쳐서 양해를 구하고 교육 시간 중 빈 강의실에서 시험을 쳤는데, 중간고사도 감정코칭 교육도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물론 의도치 않게 감정코칭 교육 일정이  변경되었기에 발생한 일이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완전히 집중해서 하고 싶은 내 성향과 맞지 않았기에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상황이었다.



 이때 휴학을 할까 감정코칭을 포기할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둘 다 포기하지 않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다짐으로 스트레스의 터널을 벗어났다.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고 감정코칭 교육도 8회기를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견디었던 선택에 너무 감사할 뿐이다. 만약 포기했더라면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 허탈해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고 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시작하려는 시도가 참 어려웠지만 이제는 원하는 것은 언제든지 시작하는 새로운 성향도 생겼다. 하지만 아무렇게나 시작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려는 성향이 더해져 끝까지 견디고 견디는 존재로 성장 중이다. 중간 과정이 좋지 않더라도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끝을 향해 달려 나가는 힘을 키우려고 한다.


 1년 만에 다시 시작한 샐러던트 생활, 정말 쉽지 않다. 글쓰기, 책 읽기, 달리기를 모두 하는 것도 힘든데 강의를 들으며 리포트와 퀴즈, 시험을 치는 것이 예전과 달리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글쓰기, 책 읽기, 달리기를 하지 않던 시절이라 온전히 강의를 듣는 것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4가지를 모두 하려고 하니 시간이 부족하고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당연함 속에서 당위성을 찾고 싶다. 무엇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려고 하는지 공부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부족한 내 안을 채우고 채우는 평생 교육을 지속할 것이다. 학위를 수집하는 사람이 아닌, 다양한 전공을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는 융합자로 이제 학업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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