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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Dec 31. 2019

징글벨 소리가 징글징글하다면 당신은 회사원

패션회사의 연말을 보내는 방법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고, 12월 연말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설레고, 누군가에겐 한 해의  마지막 마무리를 위한 시간이겠지만, 아마 여느 회사원들에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을 매우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물론  또한 마찬가지고.


 보통 회사에서의 연말은 차년도 전체 계획 수립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흔히들 경영계획이라고 표현하는, 차년의 외형 매출을 포함해 하윗단의 세부적인 데이터까지 총망라한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쉽게 말해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생활 계획표를 짜듯, 회사에서는 해가 넘어가기 전 내년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할지- 차년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패션회사는 그럼 어떨까?



 패션회사 역시 여느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연말에는 경영계획을 수립한다. 여러 유관부서들과 협의하여 별, 주차매출부터 시작해 시즌별 기획 액을 정하고, 할인율, 판매율 등 세부적인 상품의 수치들을 확정한다. 물론 확정이란 표현은 이 상황에 딱 부합하는 단어는 아닌데, 지속적으로 몇 주 몇 달간에 걸쳐 수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부서의 의견이 모여 짜여지는 만큼 상충되는 의견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고, 이로 인해 계획 협의 기간은 길어진다. Bottom-up과 Top-down을 몇 번씩 오가다 보면 어찌저찌 하나의 수치로 최종 정리되곤 한다.

Bottom-up : 의사결정 시 아래에서부터 취합하여 최고 상윗단의 계획을 세우는 형식. Top-down은 그 반대로 상위에서 계획을 하달.



 물론 패션회사기에 일반 회사와 다르게 이루어지는 점 또한 존재한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의 경우 크게 SS(Spring-Summer, 춘하 의복)와 FW(Fall-Winter, 추동 의복)의 2 Track으로 상품 기획이 이루어 지기 때문에, 이러한 상품 일정은 일반적인 경영계획 사이클과는 별개로(그리고 동시에 같이) 연간 흘러가게 된다.


 특히 연말의 경우는 대개 차년 FW(2019년 연말의 경우 20FW) 상품의 기획이 한창 이루어지는 시기로, MD(Merchandiser, 상품기획자)의 경우 매우 바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안 바쁜 시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함정)


 바잉 브랜드 이외, 일반 내수 브랜드의 경우에는 상품 MD가 기획한 플랜을 바탕으로 차년 FW 샘플링시작한다. 샘플링된 주요 상품 대상으로 내부 관계자 품평 및 외부 판매직원 대상 리뷰 등을 거치고,  내용을 바탕으로 몇 번의 수정 작업을 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정말 말 그대로 수정에, 정을 잇는 고된 작업들이다. 물론 이는 조금이라도 더 예쁘고, 실용적이며,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려는 아우성이기도 하다.


-그렇게 내년 가을과 겨울, 그리고 연말을 또다시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올해 연말엔 따뜻한 나라로 겨울 휴가를 다녀왔다. 당연히 출국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품평에 내부 담당자 리뷰에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다가, 비행기 떠나기 1시간 반 전에서야 겨우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를 타기 위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어찌나 급하게 달렸던지, 이 추운 날씨에도 온몸에 땀이 주룩 흘렀다.

 

이런 순간들마다 '아, 힘들다. 진짜 MD 그만둬야' 하다가도- 내가 기획한 상품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판매량이 올라오는 걸 보며 '크, 역시 이 맛에 MD 하지' 하는 스스로를 보면, 참 단순한 게 장땡인가 싶기도 하고.


 쨌든 내년 연말에도 캐리어 들고 땀 흘리며 뛰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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