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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Nov 17. 2019

면접은 인생의 전부가 아냐-<하>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 면접도 그렇다

면접은 인생의 전부가 아냐 -<상> 에 이어



(3) 그리고 운명인지 뭔지,
다시 패션회사 정규직 전환면접




 몇 번의 서류/면접 광탈을 겪고, 결국엔 인턴 했던 패션 회사의 전환 면접날이 오고야 말았다. 어찌나 긴장되던지 수능날 이후로 처음으로 손을 덜덜 떨었다.


 긴장한 채로 문 열고 들어간 면접장에는 너무나도 낯익은 얼굴이 있었는데- 누군가 했더니, 아뿔싸. 인턴 시절 내가 근무했던 우리 부서 팀장님이다. 일순간 나의 2달 인턴생활 매일매일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떠오르는 큰 실수는 없었지만, 딱히 말할만한 성과없어 괜스레 불안했다.


 들어서자마자 인사하고 준비한 PT 발표하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그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면접관이 되려 ' 마시, 긴장하지 마라' 했다. 정말 살면서 제일 많이 떨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PT 후 이어진 질문에, 어찌 됐던 난 김없이 대책 없는 무한 긍정의 힘으로 대답해댔다.



"지금 입고 온 옷은 어느 브랜드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A브랜드(경쟁회사 꺼)입니다!"



 ... 새삼스레 또라이 맞네 했을 거다.

패션회사 면접 보러 오는 지원자가 당당히 경쟁사 옷을 입고 간 꼴이라니. 삼성 지원하러 가는데, '애플이 좋아요' 하는 거나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내가 삽질하고 있는 와중에도 당시 팀장님은 면접이 끝날 때까지 나에게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근데 팀장님은 질문 없으세요? 이미 다 아셔서 그런가?" 하는 한 면접관의 물음에, 

팀장님  "응, 난 다 알지~" 하시는데.


팀장님은 웃었지만, 그 말이 더 무서웠다.

그럼 내 불합격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는 건가?



 면접 후, 난 정말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인턴생활 중 팀장님이 날 좋게 볼만한 계기나 접점이 전혀 없었다. 외부 약속으로 자리에 안 계신 때가 많아, 거의 얼굴만 몇 번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회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 생각하고, 난 휴학을 준비했다. 그렇게 학과에 휴학서를 내러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결과는 합격.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을  없었다.


 합격자 발표를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나선 말 그대로 펄쩍펄쩍 뛰며, 얼마나 환호성을 질러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드디어 취업했다!' 하는 생각보다는, 계속 탈락하면서 불안해했던 나 스스로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참 감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정말 운명인 건지 재수 옴 붙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난 6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가끔은 후회되고, 울고불고 지친 날도 많았지만

일단은, 현재 진행 중.






 지난주 수요일. 인턴 전환 면접 보고 왔는데 커피 한잔 하자며, 반가운 J 씨의 연락이 왔다. (J는 지난여름 우리 팀에서 근무했던 인턴이다) 만나자마자 면접 완전 망쳤다며, 우는 소리를 하길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뿔싸! J 가 면접 볼 때 우리 팀장님이 면접관으로 들어왔단다. 나와 같은 경우였다.

그리고 팀장님은 자기한테 질문을 딱 하나 했단다. 인턴 월급 받아서 어디 썼냐고.


 , 좋아하는 브랜드가 뭐냐 묻는, 거기다 대고 본인도 모르게 B브랜드를 말했단다. 참고로 B브랜드는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경쟁 브랜드 중 하나. 그러면서 자기는 망했단다 이제.


 그런 J 씨에게 난 코웃음을 쳐줬다.

저기요, 아무것도 모르고 타사 브랜드 당당히 입고 간 사람도 있어요. 심지어 난 당시 팀장님이 질문을 단 한 개도 하지 않으셨다고- 티는 안 냈지만 얼마나 쫄렸는데.


 하지만 그런 무지한 사람도 합격해서 이렇게 선배랍시고 앞에 앉아서 선배 노릇하고 있으니 걱정 마라. 네 실수는 실수 축에도 못 든다.


- J에게 나름의 격한 격려를 해주니, 표정이 살짝 풀어진 듯했다. 오늘 받은 면접비로 술이나 잔뜩 마시라고 말하며, '3만 원이면 소주 7병은 마실수 있겠는데?' 하니 그제야 맘껏 웃는다.



 J 씨와의 커피 타임을 끝내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자, 슬쩍 옆으로 와 말을 거는 팀장님.


"J 씨, 잘하던데? 발 뻗고 자라 그래."

"어? 면접 결과 나왔어요?"


"아니, 그냥 발 뻗고 자야 편하니까."


... 아재개그 극혐.






J , 만약에 이 회사 떨어져도 다른 더 좋은 회사 붙을 거야. 설령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꼭. 그래서 그때 가면 말하겠지. '아~거기 떨어지길 정말 잘했다!' 하고.


그러니까 지금 힘들고 괴로워도,

나중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당신도 오늘은 걱정하지 말고 술 한잔에 털어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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