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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Dec 10. 2019

패션회사는 슬리퍼 신고 출근해도 돼?

당신이 패션회사에 궁금한 몇 가지


 지인과 대화하다 어쩌다 회사 이야기가 나오면, 매번 공통적으로 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일반 회사원이나 전문직군에서는 아무래도 패션업계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듯.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회사는 다 거기서 거기다. 단, 래도 패션회사라서 조금 용인이 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내 지인들이 그랬듯, 당신도 마찬가지로 패션회사에 대해 궁금할 몇 가지 의문, 혹은 편견에 답한다.






나시티 입고
슬리퍼 신고 회사 가도 돼?


 패션 회사라 옷차림에 있어  회사보다는 확실히 자유로운 편이다. 보통 슈트를 메인으로 다루 남성복이나 외부 인사를 만날 기회가 많은 영업팀 및 경영진 외, 브랜드 직원들은 대개 1년에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은 횟수로 비즈니스 룩(정장)을 입는다. 중요한 PT가 있거나, 혹은 조문 갈 일이 있을 때 .

 실제로 필자도 지난 1년간  한 번도 비즈니스 룩입지 않았다. (오히려 입고 오면 의심한다.  너... 어디 면접 가니?)


 그럼 뭘 입고 다니냐? 그냥 입고 싶은 거 입는다. 후드티도 입고, 청바지도 입고, 레깅스도 신고, 여름엔 그냥 티셔츠 입고 캐주얼한 원피스도 입는다. 간혹 모자를 쓰고 오는 직원들도 있는데, 크게 제재하진 않는다. 모자 정도는 흔쾌히 패션 아이템으로 인정되는 편이다.


 민소매의 경우 노출이 심하지 않다는 전제 하, 자유롭게 입는 편이나 뒤에서 한 마디 하는 분들도 있더라. 회사에 무슨 나시티를 입고와? 그리고 샌들까지는 용인되나, 슬리퍼, 쪼리 같은 경우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보통은 출근할 때부터 신고 오는 건 주의 주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타 회사에 비하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지, 당연히 조직 생활인만큼 암묵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은 있다.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은 삼가고, 주요한 내외부 일정이 있다면 최대한 TPO에 맞춰 입는 것이 예의다.




비싼 옷, 명품 안 입으면
무시할 거 같아!


 아무래도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패션업계에 대한 잔상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같은 매스 미디어라 그런지, 혹자는 패션회사에서는 명품을 들고 비싼 옷을 입지 않으무시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물론 현실은 명품을 입지 않는다고 무시하진 않는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직업병으로 상대방의 OOTD(오늘 입은 옷차림: Outfit Of The Day)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패션회사 내에서도 일반 사무직군에서는 그나마 덜한데,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옷차림에 상당히 예민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모 디자이너는 매일 입는 옷을 체크하고, 옷에 붙어있는 브랜드 라벨을 일일이 확인하는 상사를 만난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성장이나 가성비, 가심비 추구와 같이 패션 업계에서도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 명품, 고가(高價)만을 중시하는 인식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회사 옷 입으면
눈치 보여?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회사라기보다,  경쟁 브랜드  입으면 눈치 보이다 못해 두고두고 놀림(?) 받는다. 마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이폰 들고 출근한 거다. 그럼 눈치고 뭐고 간에, 일단 다음날 신문기사 1면에 대문짝만 하게 뜰 거다. 삼성이 선택한 아이폰! 삼성전자 무너지나.


 자사 브랜드의 경쟁사는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상도덕이고, 대신 직접적인 1차 경쟁사가 아니면 크게 관계는 없다. 사실 자사 브랜드만 입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느 정도 최소한의 정도(正道)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는 타사 브랜드의 옷도 자유롭게 입는다.


 단, 외부 인사들 및 프레스(언론)가 참석하는 브랜드 주요 일정이나 매장 매니저들과의 미팅 등의 때에는 자사 상품을 착장하고 보여주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담당 브랜드 상품의 착장을 권장하는 편이다.




월급의 반은
옷 사는데 쓰지?


 모든 일은 사바사(사람 by 사람), 케바케(case by case)다. 필자는 평균적으로 월급의 15% 이내를 사용하는 편이지만, 많게는 50~60%까지 지출하는 사람도 봤다. 본인의 패션 관여도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없다 해도 자주 노출되는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매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직원의 경우 제작 샘플이나 B 품 등 자사의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 정말 말 그대로 내가 만들고 내가 사는 자가소비가 성행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옷의 원가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 보니, 퀄리티 대비 비싼 돈 주고 사는 옷이 아까울 때가 가끔 있다.


 명품이야 백번 양보해서 브랜드 네이밍 값이라고 생각하더라도,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뻥튀기(?) 되어있는 경우는 맘에 들어서 집었다가도 조용히 다시 내려놓는다. 그래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백화점에서 옷을 안(못) 사게 된다는 것은 웃기지만은 않은 일이다.




삭발이나 탈색해도 돼?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 헤어 스타일도 개인의 패션 취향으로 구분되기에 대게는 허용된다.


 실제로 필자의 회사에도 주로 사원~대리급 직원들 중심으로 머리를 노랗게 탈색하거나 혹은 짧게 자른 반삭, 삭발 스타일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일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세대가 바뀜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는구나 생각한다. (이러면 나... 너무 꼰대 같나?)







 주저리주저리 길게 이야기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패션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라 다 똑같다.


 그래도  직종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개성과 각자의 취향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용인하나,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는 것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회사라는 한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이라면 따라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싫든 좋든, 일단은.

(그만두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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