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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Nov 15. 2019

면접은 인생의 전부가 아냐 -<상>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 면접도 그렇다



 얼마 전 낯선 카톡이 왔다.


 정신없이 일하느라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 본 그 카톡의 발신인은 지난여름 내 옆자리에서 6주가량 근무했던 인턴사원 J 씨. 다음 주가 최종 전환면접인데, 혹시 괜찮으면접 꿀팁을 알려줄 수 있겠냐며 물어봐왔다.


 늦게 확인한 만큼 미안한 마음을 담아 나름대로의 노하우와 응원 메시지가 적힌 장문의 카톡을 보내며- 동시에 불과 6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맘 한켠이 아련했다.


 때는 2013년, 무더웠던 여름었다.





(1) 인생 첫 면접 - 패션회사 인턴사원

 



 23년 동안 살면서 서울에 가본 적 없던 부산 토박이가 서울 모처의 회사로 면접보러 간다는 건 지하철역 노선 찾기부터 이미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겨우 늦지 않게 찾아간 면접장엔 이미 '나는 패션인이요~'하고 무언의 함성을 지르는 어마어마한 패셔니스타들이 한가득. 누가 봐도 완벽한 비즈니스 룩을 입고 우물쭈물 자리에 앉으며 생각했다. 나... 괜찮을까?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패기 빼면 시체였던 23살의 어린 나는 나름의 압박면접, 혹은 날카로운 일련의 질문들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받아쳤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성적이 너무 낮은데?"

"남은 학기 동안 올려서 오겠습니다!"


"단점이 뭔가요?"

"하기 싫은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미루다가 마지막 순간이 와서야 처리합니다!"

"아니 그건 너무 큰 단점인데..."

"좋아하는 일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무슨 깡이었는지 별로 떨지도 않았더랬다.


 '날 안 뽑으면 회사 손해지, 내 손해냐? 그리고 면접관도 회사 밖에선 옆집 아줌마, 아저씨야~' 마인드무장한 당시의 나는 정말 천하무적이었다.


면접관들이야 '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 했겠지만.



 어쨌든 결과론적으론 운 좋게도 합격.


'또라이 보존의 법칙이 성립하려면 저런 또라이가 필요하지'라고 생각한 누군가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나는 스물셋에 처음으로 인턴사원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또라이 보존의 법칙 : 한 조직에는 무조건 또라이가 한 명 이상 존재한다. '우리 팀엔 없는데?' 하면 바로 당신이 또라이.







(2) 영어 못하는 경영학도의 영어면접




 두 달여간의 하계 인턴쉽을 끝내고, 난 곧바로 그해 가을부터 구직에 몰두했다. 빨리 돈을 벌고 었던 건 아니었는데, 업반이었기에 그냥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자연스레 준비하게 됐다.


 뭣도 모르고 일단 시작은 했는데, 그놈의 영어계속 발목을 잡았다. 난 학창 시절에도  외국어 등급이 제일 낮았는데, 그중에서도 듣기와 말하기는 정말 젬병이었다. 그나마 읽기만 가능한, 전형적인 한국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라고나 할까. (쓰기는 아예 못하는 거나 다름없으므로 논할 가치가 없다)


 대학 시절 원어민 수업은 다행히 필수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잘 빠져나갔으나, 구직 시의 영어 면접은 어찌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자기소개는 최대한 길게 암기, 그 외엔 어떻게든 시간만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간 영어 면접은 첫 질문부터 와장창 멘탈을 부쉈다.



(영어로)"너 이 지구 상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니?"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멍하니 있는 내게 재차 그는 같은 질문을 던졌고, 말 그대로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한국말로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걸 영어로 하라고?


 그 순간 토익 단어장에선가 어디선가 본 건지 'starvation'(기아, 굶주림)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수한 문장까지 만들 실력은 되지 못해, 결국 난 사흘 밤낮을 굶주린 사람처럼 그 마성의 단어 'starvation'만 수 번 읊조리다가 면접장을 빠져나왔다.


 물론 이후 이어진 이야기는 '이런 멍청하지만 신선한 대답을 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와 같은 청춘만화는 아니었고, 당연하게도 난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면접은 인생의 전부가 아냐 -<하>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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