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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새영 Jan 30. 2020

싫은데 이유가 어딨어?

싫은 건 '그냥' 싫은 거야



 난 스스로가 호불호가 강하지 않고, 뭐든 유들유들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게 가장 큰 장점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29년을 살아왔는데, 최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다.


 유하게 살아온 만큼 무언가를 미치도록 싫어하는 감정이 어찌나 낯설던지, 나 스스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된 기분에 밤잠을 못 이룬 적도 수두룩했다. 대놓고 앞에서 말도 못 하겠고, 그렇다고 라도 안 나면 다행인데, 감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게 내 몹쓸 단점인지라 티도 엄청 팍팍 난다. 말도 섞기 싫고 쳐다보기만 해도 극혐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되려 '쟤(필자) 성격 진짜 이상하네' 할 판이다.



  사람이 왜 싫냐고 물어보는 말에,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고 있자 하니- 아니 말하면서도 너무 사소한 거긴 한데, 예전에, 한 6개월 정도 전인가? 말다툼을 한번 했는데 자기주장만 내세우던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그렇다고 내가 내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단 건 아닌데... 어쨌든 그때부터 뭔가 싫어졌던 거 같아. 이제는 꼴도 보기 싫더라고 -하며 주저리주저리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싫어' 하고 만다.


 '그냥 싫어' 하며 우수에 찬 눈빛을 허공에 한번 쏘아주면 더는 묻지 않더라. '그냥'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만능으로 통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물론 지금은 잘 생각도 안나는 어떠한 이유 때문에 이렇게까지 나쁜 감정으로 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하는 아름다운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어하는 이유가 있건 없건 '그냥' 싫은 게 뭐 그렇게 나쁜 행위인가 싶다.


 설령 그게 나쁜 행위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29년 유하게 살아왔으니 30살부터는 한두 명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왠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충분히 용서가  거 같다.



 언젠가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누군가를 미워한 것'이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나도 훌륭한 인생의 조언을 남겨주셨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난 그 경지이르기는 멀었나 보다. 혹시나 내가 임종 직전에 '그 사람을 미워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면, 독자님들을 위해 꼭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떠날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아직 30살의 내가 알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진리이기에, 지금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미워하고 싶은 만큼 미워하련다.



 2020년을 맞이하며 '용서하기'와 같은 지키지도 못할 나 자신과의 약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마음껏 미워하기'를 신년 계획으로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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