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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르세데스 Jan 31. 2024

나는 지방출자출연기관 일반 행정직 8급 직원입니다

과 워크숍


4월 말에 입사한 후로 여러 달이 흘렀다. 그 사이 부서회식을 또 두세 번 더 진행했고 워크숍도 있었다. 워크숍에 비하면 부서회식은 껌이라며 첫 회식 때의 긴장감은 사그라들었고 여유 있게 식당 예약과 배차신청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음식 맛이며, 오고 가는 거리, 직원들의 만족도 신경이 점점 덜 쓰였다.
처음엔 그 평가가 두려워 덜덜 떨었던 거 같은데 몇 번 하고 나니 썩 힘든 일도 아닌 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


무튼 그래도 워크숍에 대해선 좀 고충이 있었다.
날짜 선정부터 난관이었다. 물론 내가 그 날짜를 정하는데 눈곱만치도 영향력이 없었지만 팀장님께서 딱 지정을 해주셨는데 하필 나의 여름휴가 바로 다음 날이었다. 햇병아리 신입인 나로서는 여름휴가 전까지 늘 다리가 물속에서 쉬지 않고 휘적휘적 거리는 백조. 아니 오리이기에 , 뭘 해도 바쁜 것, 어려운 것의 연속이었다. 미리 뭔가를 준비할 여력조차 없었는데 휴가는 가야겠고 워크숍은 내 담당이고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더듬더듬 전 담당자의 계획안을 참고에 계획안을 올렸고 휴가에서 돌아오고 바로  지출품의를 올리고 휴가 전 동료의 도움으로 급하게 잡은 숙소를 확인하고 평가회의를 하는 내내 머릿속은 준비물을 체크하고 있었다. "워크숍 가서 먹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흔쾌히 말해줄 동료를 골라 회의하면서 살짝 카톡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필요물품 리스트를 뽑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장 보는 팀과 먼저 갈 팀을 나누고 난 장 보는 팀으로 배정되어 스카우트가 일상인 동료샘과 샤샤샥 재빠른 손놀림으로 장보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제일 중요한 영수증 처리에 직원 측의 실수가 있었지만 바로 안내데스크에서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리 영겁처럼 느껴지던지... "숙소에 오면 바로 불 피워 고기 드실 수 있도록 숯이랑 준비해 놓을게요."라고 친절히 말씀하시던 숙소의 사장님은 아무리 대면서비스가 활발해졌다지만 선발대가 숙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본인이 숙소에 없다는 것을 알렸고 전화로 대충 요구 물품에 대한 안내를 하셨다. 장을 보고 숙소로 가는 차에서 당황스러워 식은땀이 흘렀고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후에는 이미 불을 피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급히 장 본 것을 정리하고 야채를 씻고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 찰나(다행히 난 고기를 굽진 않았다.) 고기 냄새만 맡다가 다른 결제 건으로 차를 타고 나와야 했다. 내 차를 가져왔으면 살짝 얘기만 해두고 나오면 되는데 다른 동료의 차를 타고 왔던 터라 염치없지만 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다시 시내 쪽으로 나와야 했다. "선생님, 미안해서 어떡해요. 장 보느라 고생하셨는데 고기 맛도 못 보시고......" 미안해서 절절매며 안전벨트를 붙잡고 있는데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잔뜩 화가 났는지 차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시 울려대는 경고음이 아무리 울려도 벨트를 메지 않으셨다. (정말 너무 죄송하고 미안했습니다... 또르르)



불난데 부채질하려는지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서는 "얼음 좀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오세요."라고 요구사항이 있었고 다행히 두 군데 들려서 얼음을 구할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된 나와 달리 동료는 아직도 피곤과 배고픔, 왜 하필 그 많은 사람 중에 날 택했나 하는 작은 원망등이 섞인 얼굴이었고 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얼음이 담긴 봉지를 들고 펜션 마당으로 들어가려는데 내가 잘못들은 건가 싶은 말이 들려왔다. "어? 이게 다예요? 어머 너무했네. 얼음 사 오라고 딱 얼음만 사 오다니...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오면 좋았을 텐데."
정말 그 순간 울컥할뻔했다. 좀 친해졌더라면 뭐라 되받아쳤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음 사 오라고 해서 힘들게 사 왔건만.' 속으로 외치며 어색하게 테이블 앞에 앉았다.



고기를 몇 점 집어먹고 겨우 허기를 달래며 그동안 긴장한 마음을 달래는데 "이거 한번 먹어봐요."라며 통째 구운 새송이버섯을 건네는데 한입베어물자 고기보다 훨씬 좋은 식감이 느껴졌다. 그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식감에 깜짝 놀라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난 평소에 새송이버섯을 가위나 칼질해서 잘라먹지 않고 손으로 찢어(어디서 본건 있어서)서 구워 먹었는데, 웬걸 통으로 구워야 이게 고기인지 버섯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식감이며 맛이 훌륭했다. 그 맛을 보고 난 뒤부터는 탄 소시지며 탄 새우도 맛있게 흡입할 수 있었다.



숙소 사장님이 화가라 온 벽에 작품이였다.


멋들어진 벽난로와 작품들


책을 좋아하는 내 눈에 들어온 작품



식사를 하는 도중 사장님으로부터 받은 견적서를 챙기고 숙소대관료를 무사히(?) 결제하고 나서야 워크숍으로 인한 나의 짐을 사뿐히 내려놓고 그 시간과 동료들과의 대화,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먹은, 누군가가 끓인 김치찌개는 정말 혼자 먹기 아쉬운 맛이라 모두와 바닥까지 긁어먹었고 숙소 정리 후 돌아본 숙소 주변과 내부는 정말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마치 작품같은 펜션 외관



++ 위 글은 글쓴이의 감정과 생각위주로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비방할 생각은 없으며 약간의 과장과 허구가 담길 수 있습니다.



#워크숍나름공적

#새송이는통째로구워야 제맛

#햇병아리신입의고충일

#에세이

#직장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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