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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Nov 18. 2024

쓸모있는 인간의 압박

뱁새

쓸모가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컸다. 나의 그릇의 용량은 커질 수 없음에 만들어가야 한다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이 옥죄어왔다. 치열하게 초조함에 갇혀 달리다 멈추니 뚜렷해졌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 좋지 않았었다. 왜 재단되어야 하는지 한계치를 설정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빈털터리가 된 난 알 거 같다. 아옹다옹 이 악물고 버티었지만 결국 밀려나 떠난 자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난 선을 넘어 또 다른 문을 두드리려 했었다. 하지만 그 문 앞에 뱁새들은 나를 마주하고 밀어 넘어트렸다. 그게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비열하고 악랄한 정치질 같았다. 나는 저들과 다르게 더 쓸모 있는 인간이며 조직을 좀 먹는 자는 아니라 생각하였다.


희생당하는 것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올라가야 한다는 욕심에 노크도 하지 않고 무단침입을 한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영역 싸움에서 패배한 수사자의 초라한 퇴장을 몸소 체험하며 많은 것들을 잃었다. 사람도 주머니를 채워주는 안정감도 말이다.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바라보지 않았던 공간은 여전히 나의 공백을 느끼지 않으며 무난히 굴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 뱁새들의 치열한 영역 싸움은 같아 보인다. 같은 문제 발전 없음이 반복되면서 외면받는 모습이 곪아져서 외면되고 있다.


어찌 보면 난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칼로 도려져 나왔지만 황새가 되기 위해 물고 물어뜯는 늪지대를 벗어났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떠나간 사람들과 마음의 크기가 달랐던 관계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뚜렷해졌다. 나의 것이 무엇이고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의 무쓸모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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