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걸즈
때로는 완벽하지 않음이 오히려 어떤 긍정을 만든다. ‘풋풋하다’는 말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아직은 미완의 상태, 익지 않았지만 생기 있고,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상태.
그 어설픔은 때론 단단한 진심이 된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처음’과 닮아 있다.
복잡하게 재지 않고, 앞뒤 따지지 않고 나아가던 시절.
설렘과 불안이 뒤섞였지만, 순수했던 그 감정만큼은 진짜였다.
〈스윙걸즈〉를 보며 여름방학 끝자락, 친구들과 연습하던 한 교실이 떠오른다. 투박하지만 아름다웠던 선율,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미소 지어지는 장면들. 그리고 그 모든 장면 속에 스며든 하나의 감정.
행복...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마음이 만든, 아주 풋풋한 행복.
1. 청춘의 낭만, 재즈 위에 흐르다
〈스윙걸즈〉는 하이틴 장르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처음의 순간’이 지닌 순수함을 유쾌하게 포착한다. 재즈에 점점 빠져드는 아이들의 모습, 도시락을 잘못 전달해 식중독을 유발하는 사건,합주부의 갑작스러운 귀환과 퇴장을 슬퍼하는 장면까지. 매 장면이 ‘천방지축’이라는 단어로 수렴되지만, 그 속엔 웃음과 공감, 그리고 작은 울림이 있다.
2. 이야기와 함께 걷는 음악
음악을 다룬 영화는 언제나 한 장점, 즉 ‘감정의 가속장치’를 지닌다. 〈스윙걸즈〉는 이 장치를 과하지 않게 활용한다. ‘Take The A Train’을 처음 연주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그것이 음악이라 부르기 민망한 소리임에도,
첫 작품을 완성한 그녀들의 표정을 통해 그 엉성함조차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 곡은 후반부에 다시 등장해, 완성도 높은 앙상블로 되돌아온다. 음악은 독주하지 않고, 서사와 함께 조용히 걷는다.
3. 미완의 얼굴, 우에노 주리
우에노 주리의 이름은 대부분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기억된다. 노다메라는 만화적 인물을 거의 현실처럼 구현한 배우. 〈스윙걸즈〉는 그녀의 초창기 작품이다.
아직은 어색하고, 덜 다듬어진 연기가 묻어난다.그러나 그 미완의 모습은 영화와 묘하게 겹쳐진다. 유쾌하고 생기발랄한 토모코의 얼굴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그 시절의 우에노 주리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묘한 흐뭇함을 안긴다. 그 미완의 청춘이야말로 〈스윙걸즈〉라는 영화가 가진 가장 진짜의 감정이다.
� 〈스윙걸즈〉 – 아쉬웠던 점
1. 감성의 거리, 시대의 온도
〈스윙걸즈〉는 재개봉을 통해 다시 관객과 만났지만, 지금의 감성과 일정 부분 어긋나는 지점도 존재한다.
무라에도 재즈도 여전히 유효한 청춘의 상징이지만,그 서사에 몰입하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여고생들이 단지 보충수업을 피하고자 시작한 계기가과연 이만큼의 열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개연성의 빈틈을 남기기도 한다.
2. 웃음의 온도차
일본식 개그는 한국 관객에게 항상 일정한 문화적 거리감을 남긴다. 과장되고 다소 오버스러운 연출, 엉뚱함을 무리해서 끌어내는 순간들.멧돼지를 만나는 슬로모션 장면처럼 당시의 유행으로 읽히던 장면들이 지금은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러한 미세한 어긋남이 쌓일 경우 몰입의 결을 흐릴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3. 늘어진 호흡, 흐름의 이탈
악기를 마련하기 위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장면은 극중에서는 중요한 전환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이 브릿지 역할은 다소 길다. 서사의 다음 장면으로 건너가기 위한 감정적 준비 시간을 넘어서, 장면 자체가 길게 이어지며 이야기의 밀도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줄일 수 있었다면 감정선은 더 조밀하게 이어졌을 것이다.
� 청춘의 감정선을 유쾌하게 담은 하이틴 재즈극
: 천방지축 소녀들의 성장 서사를 재즈라는 리듬 위에 가볍고도 따뜻하게 얹은 연출이 매력적.
� 엉성함에서 출발해 완성으로 나아가는 음악의 흐름
: ‘Take The A Train’의 변화처럼, 이야기와 음악이 함께 성장하며 감정을 끌고 간다.
� 풋풋한 우에노 주리의 초기 연기
: 서툴지만 생기 있는 얼굴. 토모코를 통해 미완의 매력을 보여준 배우의 시작점.
⚖️ 현실적 개연성에서 오는 거리감
: 단순한 동기로 시작한 재즈 몰입이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음.
� 일본식 개그의 이질감
: 과장된 연출과 오버스러운 개그 코드가 지금의 정서와 다소 어긋나는 순간들 존재.
�️ 늘어진 아르바이트 장면의 러닝타임
: 필요는 있지만 길게 이어지며 감정 흐름을 끊고, 몰입감을 저해하는 지점이 있음.
(★★★★☆)
서툴고 낯설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청춘의 불협화음.
익숙하지 않은 리듬에,
진심이라는 화음을 얹은 영화.
� “완벽하지 않아서 더 마음에 남는,
서툴고 진심이었던 청춘의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