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미안하고 보고싶다

by 김군

퇴근길 폰을 부여잡은 손이 심심스러웠다. 전화번호부를 열어 본다.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빼곡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스크롤은 끝없이 내려가고 있음에도 자신 있게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


고민에 누른 통화버튼은 공허한 신호음만이 울린다. 다시 하얀 화며 속 스크롤을 내린다. 역시나 답이 없는 메아리만 계속되었다. 어릴 적 그렇게 떠나고 싶고 다른 것을 갈망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고향에 대한 염증을 느끼던 순간이 그립다.


객지살이가 7년이 돼가니 관계에 진중함이 없다. 다시 보지 못해도 아쉬울 것 없는 이들에게 이 외부인은 차차순위이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감추고 쿨한 척 하지만 쓸쓸함은 피해 가지 못한다.

감정을 표출하고 재잘재잘 떠들고 싶지만 나의 공간은 외로움만이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요함이 싫어 부산스럽게 밀려있던 청소를 한다. 음악도 틀고 영화도 틀고.


그렇게 나의 하루를 쓸쓸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 또한 지속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오면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눈을 감고 나는 그린다. 나를 우선순위에 둔 사람들 그렇게 내가 버리고 버려졌던 인연들을. 미안하다고 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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