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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an 28. 2023

나는 중년이다. 나는 꽃이다.

심장의 소리에 대한 탐색, 꽃중년 이야기

내 심장은 날마다 1초에 한번씩 뛰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의식하지 못할뿐.

그럼에도 어떤 날은 생각한다. 내 심장이 뛰고는 있는지?

내가 각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있지 않아도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 것,

작은 소리로라도 좋다.

조금 더 강한 무게로 뛴다면 더 좋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가슴이 터져나갈 강도로 뿜어나오는 강도라면 더 미치도록 좋겠다.


살면서 심장이, 가슴이 뛰는 일이 크게 없다.

평온한 일상,

그래서 감사한 일상.

먹을 것을 위해서 일을 하고

나를 위해서, 또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데 시간을 쓴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시간이 저 앞에 가있어서 내가 미처 못따라가는 듯하다.

어렷을 적 , 달리기를 잘해 반 대표 계주 선수로 나갔지만

나보다 화살처럼 치고 나가는 옆반 대표 선수를 뒤에서 보는 기분이랄까.


시간이 가고 있다. 이러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가는것을 사람들은 세월이라고들  말한다.

세월이 있었기에 내가 자라고 성숙하고 지금은 소위 중년이라 불리는 문 안에 들어와있겠지.


그냥 중년이라 불리우는것은 억울하다.

그래서 아름다운 명사를 접두사처럼 꼭 붙이고 싶다.

'꽃'이라는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단어를..


꽃이라는 향기나는 말을 품으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까 자문해본다.


딱 한가지,

심장의 소리를 들어야한다.

띄엄띄엄이라도.

내 기준이다.


심장이 더 이상 내게 아무것도 보내지 않는다면

'꽃'을 떼어내어야할 것이다.


어차피 발 담그고 몸 담그고 있는 일상이란 것에는

우리의 소중한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분명 따스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안에는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속성이 있다보니

내 심장이 거기에 익숙해있어 좀처럼 나는 흥분하지 않는다.

좀처럼 설레이지 않으면

좀처럼 심장이 요동치는 일이 그다지 없다.


주로 생존을 위한 규칙적인 진동밖에 하지 않는다.

심장은 정형화되고 그 움직임은 정직한 리듬대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지나온 세월이라 불리는 시간들을 돌아보면

내 심장이 일상의 리듬을 벗어나 아주 심하게 요동친적이 있다.

건강하고 남다른 속도의 움직임속에서 내가 상기되고 내가 소리지르고

심장만큼이나 내 몸도 뛰어오르지 않았을까.


그런 시간마저 없었다면 나는 건조해

말라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새벽별 보며 들어가 한밤 중 별을 보며 나왔던 도서관 취업준비생 시절,

합격자 게시판에 내 이름 석자가 있었던 것을 보면서

세상 떠나갈 듯이 환호했던 순간, 내 심장은 내 소리에 더 흥분돼 평소1초의 왕복거리를

100배로 오가지 않았을까싶다.


제왕절개 수술 후 아픈배를 움겨쥐고 신생아실을 찾았을때

유리창 너머 간호사가 세워서 보여준 아기,

나와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내 첫아이를 보았을때,

그리고 그 아이를 건네받으며 너무 작아 사라질까봐 손을 벌벌 떨며 안았을때,

내 심장은 수천 데시벨의 소음을 내며 뛰었었다.


직장내 동호회에서 바쁜 시간들을 쪼개서 무한 연습,

떨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순수 아마츄어들로서 선 첫 무대

가사를 외우고 외우고 안무를 외웠었다.

무대에서 마지막 단체 동작을 하며 큰 실수없이 해서 다행이다싶었을때

우리가 만든 원형안으로 스포트 라이트가 들어오며

관객의 환호와 박수가 터질때 내 심장도 그 소리의 파도 물결을 타고 춤을 췄다.


누구나 엄청난 데시벨의 심장소리와 파동을 체험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우리는 각인된 기억, 아름다운 추억이라고들 부른다.

결코 잊을수 없는 강렬한 순간.


사실, 이런 순간들은 가만 헤아려보면 많지는 않다.

사람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갈때, 한마디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인생의 순간들을 파노라마처럼 볼수 있다면

그때 스칠 순간 영상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가장 기쁘고 행복한 때,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때,

그 속에 있었던 찬란한 내가 보여지길 원할 뿐이다.

심장이 건강히 뛰고 가슴안에 공기가득한 풍선이 터질것 처럼 날아오를것 같았던 순간.


많이 만들어놓아야 내가 갈때 많이 보여지지 않을까. 파노라마 필름들.


꽃중년이 된 이 싯점에, 앞으로 얼마나 만나게 될까?

얼마나 더 많이 만들수 있을까?


나는 5일간 직장과 집을 오가며 일을 한다.

월화수목금.

일주일

한달.

분기.

반기.

1년

그렇게 말이다.


노동의 강도가 제법 쎄서 스트레스지수도 제법 오르는 시간도 적지 않다.

공짜로 일하는 것 아니 보수를 받는 일이니 내 안에서는 무한 위로를 한다.


이번 한주, 휴일의 시작인 토요일 오후,

황금휴일에 나에게 어떤 시간을 선물해야할까 생각한다.

한파가 기세 등등한데 이 추위속 산책은 그다지 좋은 것은 아닌듯하다.


노트북을 챙기고 읽을 책들을 골라 같이 담는데 내 심장이 미세하게 요동친다.

이것을 내가 좋아하나보다 생각한다. 다행이다.


나는 가슴의 소리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무엇을 할때 내 심장이 작든 크든, 평시보다 더 요동치는지, 알아내려고 한다.


꽃중년은 이제  큰 근심이 없다.

나이에 맞게, 시대에 맞게 건강하게, 열심히 잘 살아왔다.

가족은 가족 구성원대로 주어진 시간들을 잘 살고 있으므로 나는 이제 자신에게 몰입한다.


내가 진정 꽃중년이 되기 위해서

내 심장이 더 쿵쾅거리게 , 아름답게 운동할수 있게 나는 모색한다.

내가 그간의 시간속에서 놓쳐버린 것들, 놓아버린 것들,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을 돌아본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속에서  그것들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만들어야

아쉽지 않는 꽃중년의 시간을 보낼수 있을까.

내가 가는 마지막 순간에 넉넉하고 흡족한 파노라마 영상을 추가할수 있을까.


이 꿀맛같은 토요일 오후

혼자 놀기 좋은 스타벅스 한자리에 앉았다.


노트북 충전 전기료 포함, 짐을 놓느라 한개 좌석을 더 차지한 값을 치룬다고

가장 큰 용량의 커피를 받아들고

한번에 먹기에 많은 카스테라를 옆에 두고 노트북의 자판을 두들겨 댄다.


내가 쓰는 글이 졸작이 될지라도 무슨 상관이랴.

이 시간이 내게는 분명  심장이 다분히 바쁘게 뛰면서 내게 엔돌핀을 주고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된 것을.


나는 또생각한다.

카페 창 넘어 보이는 넓고 푸른 하늘만큼이나

앞으로 내게 펼쳐질 서프라이즈가 될 시간들에 대해.


심장의 설레임,

심쿵에 대한 끝없는 집중과 탐색이 있는

나는 ...


나는 아직도 꽃이다.


아니. 여전히 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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