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절벽을 함께 걸을만큼. 서로 어깨를 맞대고 한쪽 발이 계속 절벽 아래로 미끄러지는 걸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기며 아슬아슬한 외길을 나란히 걷는다. 저멀리 절벽 끝에는 환상의 꽃밭이 있음을 알기에 멈출 수 없는 발걸음이었다.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보면 시작점이 아득했다.
여태껏 우리가 쉰 적이 있었나?
서로를 의지하고 자신을 헌신해가며 나아온 이 거리. 앞으로 얼마가 더 남은 지 모를 거리. 우리 잠시 이쯤에서 쉬자. 너의 지침, 나의 고됨. 이제 앞을 위해 옆을 볼 시간이야.